더 이상 균열은 안된다
더 이상 균열은 안된다
  • 연지민 <교육문화부장>
  • 승인 2011.06.06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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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연지민 <교육문화부장>

요즘 충북이 돌아가는 사회 전반적인 모습을 보면 균열과 혼탁이란 단어가 떠오른다. 정계와 언론, 시민단체와 시민들이 모두 제각각의 모습으로 굴러가는 듯하고, 사람과 사람, 단체와 단체 간의 자잘한 균열이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 균열을 촉발시킨 것은 지난 5월 초 설립을 추진키로 한 충북문화재단이다. 관에서 민으로 이관하는 문화재단 설립이 문제거리가 될 사안이 아님에도, 재단을 둘러싼 일련의 과정을 들여다보면 충북이 끌어안고 있는 문제가 한꺼번에 들어올려진 기분이다.

충북이라는 지역적 한계와 인물론, 주체자로서의 파워 게임과 영역, 정당 간 전략, 그리고 기저에 깔린 사회 불만이 마치 고구마 줄기처럼 한꺼번에 딸려나와 각각의 목소리만 내는 꼴이 됐다.

이는 재단 설립으로 촉발되긴 했지만 그동안 충북이라는 몸체가 끌어안고 있던 환부이기도 하다. 경제적으로 열악한 도세와 큰 어른이 없다는 인물 부재론, 그리고 시민사회단체의 활발한 활동과 이에 대한 부정적 시선 등 내재된 불만이 동시다발로 터져나온 셈이다.

사실 5월 이전만 해도 충북문화재단 설립은 문화예술계 외엔 이슈화가 되지 못했다. 시민들에게도 정치권에서도 재단 설립은 그저 문화예술인들을 위한 파이 나누기 정도였고, 문화권력화에 대한 우려감이 전부였다.

이처럼 관심 밖이던 재단 설립이 태풍의 눈이 된 데는 시민사회단체를 맡았던 강태재씨가 대표이사를 맡고, 이사진들이 구성되면서였다. 진보성향의 강 대표가 충북문화계를 아우르는 대표이사로서 적합하냐부터 시작해 역량이 떨어지는 이사진 구성에 불만의 소리가 쏟아졌다. 여기에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성향분석 문건이 노출되면서 도화선이 된 재단 사태는 급기야 대표이사의 학력문제로 비화되며 진흙탕 같은 속내를 드러냈다.

정치성향분석에 정치계가 비난과 반박으로 맞서고, 도 관련부서는 문제 없다고 버티고, 언론은 개인의 약점을 확대해 시민단체까지 싸잡아 비난하고, 시민단체는 언론의 보도에 강한 불만을 표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불과 열흘 동안 충북에선 정치성과 모호성들이 뒤엉켜 무수한 설이 난무하고, 난무한 설들은 또다시 개인과 단체의 흠집내기와 끌어내리기로 이어졌다. 진실이 진실을 가리는 요상한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무엇이 진실인지조차 모르는 상황에서 시민들은 여기 저기서 연방 쏟아내는 포화전에 어리둥절한 시간을 보냈다. 뭔가 벌어지긴 했는데 본질은 뒷전이고 껍데기만 잡고 왈가왈부하니 진실이 진실로 보여질 리 만무라 갑갑하다는 반응이다. 진위를 묻는 이 또한 부지기수다.

하나, 진실은 차치하고라도 일련의 이 모든 상황은 충북의 현재를 가장 확연하게 보여주는 것임에 분명하다. 인물이 없다면서도 인물을 키우는 데는 야박하고, 정당의 논리에 따라 오락가락하고, 공모 방식보단 입맛에 맞는 인물 선정으로 구설수에 오르고, 선정되면 흠집내기로 서로 서로 균열을 자초하고 있다.

이는 충북문화재단뿐만이 아니다. 우리 지역사회에서 크고 작은 충돌이 보이지 않게 작동돼 지역의 균열을 부추기고 있다. 진흙탕을 보는 듯한 충북의 요즘에 시민들은 불편하다. 지금은 문제의 본질로 다가가기 위한 화합이 필요한 시기다. 골이 깊어지고 있는 균열을 더 이상 허용해선 안된다.

지엽적인 자세로 밀어붙이는 방식의 논의는 결국 우리 스스로를 좌초시키게 된다. 커다란 밑그림 위에서 대의적 명분을 갖고 지역을 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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