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는 한 번으로 족하다
실수는 한 번으로 족하다
  • 조한필 부국장<천안·아산>
  • 승인 2011.05.30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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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조한필 부국장<천안·아산>

며칠 전 천안박물관에 갔다가 깜짝 놀랐다. 보름 전 지역 언론들의 '천안의 마한·백제' 특별전 오류에 대한 보도가 있었는데 그때 지적받은 '분명한 잘못'이 수정되지 않은 채 그대로였다.

그 잘못은 한 곳에 전시 중인 3개의 비슷한 토기(廣口長頸壺:주둥이 크고 목이 긴 항아리) 설명문이 서로 바뀌었다는 것이었다. 크기가 각기 다른데 설명문의 높이 표시는 맞지 았다. 단순 실수였다. 그렇지만 세심한 관람자가 본다면 무척 당혹스러운 일이다. 수정하는 게 절대 어려운 건 아니었다. 설명문만 '원위치'를 찾게 하면 될 일이다.

1층 특별전 전시실을 나와 2층에 올라가니 더 놀라운 일이 있었다. 천안고고실 입구 대형 게시판 '천안의 연혁' 내용 중 오류가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박물관 개관(2008년 9월) 초기부터 향토사학자 임명순씨가 구두로, 혹은 시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수정을 요구한 사항이다. 당시 시는 '관련내용을 검토해 시정하겠다'는 답변을 올렸다.

천안의 역사와 관련된 중요 내용이니 당연히 처리할 방침이었다. 그런데 무슨 연유인지 고쳐지지 않았다. 표기 내용이 '틀림 없다'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내용인즉 이렇다. 천안 연혁 넷째 줄에 '목종8년에 (천안군이) 폐군이 되었으나 그 사유는 알 수 없다'고 했는데 천안군이 사라진 게 아니라 '도단련사'라는 직책이 없어진 것이었다. 10여 년 전부터 발행된 천안시지(天安市誌)의 잘못된 내용(상권 125쪽)을 그대로 베껴서 벌어진 일이다.

당시 집필자는 한문 사료 원문을 잘못 해석해 이런 중대한 실수를 했다. 그런데 박물관은 시험 커닝 때 오답을 훔쳐 쓰듯 이를 그대로 옮겼다. 고고학 및 역사학을 전공한 학예사가 서너 명 있는 천안박물관이 이런 지적을 검증할 능력이 없다곤 볼 순 없다.

박물관은 유적·유물의 전시·연구·교육기관이다. 그중에서도 전시 기능이 가장 중요하다. 실수는 있을 수 있다. 서둘러 확인한 후 바로 잡아야 한다. 해당 주민은 물론 다른 지역 사람들, 말 그대로 남녀노소가 많이 찾는 곳이기 때문이다.

2층 천안고고실엔 놀랄 일이 더 있었다. 이번 특별전에 국립중앙박물관, 공주박물관에서 고고 유물 '진품'을 빌려왔기 때문에 전시하던 복제품 일부를 치웠다. 그 과정에서 실수가 잇따랐다.

성남면 화성리의 은새김 둥근고리칼 복제품(특별전도 복제품 전시)을 빼내면서 설명문이 용원리 은새김 둥근고리칼과 뒤바뀌고 말았다. 두정동서 출토된 손잡이 잔, 청당동의 마형·곡봉형 대구 복제품 등은 그대로 전시 중이다. 특별전에 포함된 유물(복제품)을 철수하면서 일관성을 못 지킨 것이다. 또 용원리 출토의 살포(물꼬 트는 도구)는 특별전에선 빠졌는데 '천안의 마한·백제 기획전시실에서 전시 중입니다'라고 안내하는 실수를 했다.

특별전은 전시실 지도와 도록에 청당동 유적지 위치를 불당동에 표시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그런데 도록에 또 다른 오류가 있었다. 김희순 사적관리소장의 인사말 중 마한 소국 수를 45개국으로 표기했다. 모든 역사서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마한 소국 수는 54개국이다. 이 잘못은 홍보 카탈로그에 반복됐다.

실수는 한 번으로 족하다. 옳은 지적이라면 달게 받고, 마음가짐을 다잡는 기회로 삼았어야 했다.

그래서 박물관 전시실 내 혹시 다른 실수가 없는지 꼼꼼히 살폈어야 했다. 학예사와 함께하는 특별전 설명 프로그램이 급한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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