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등록금'도 응급처치일 뿐이다
'반값 등록금'도 응급처치일 뿐이다
  • 문종극 <편집국장>
  • 승인 2011.05.29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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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문종극 <편집국장>

연간 등록금 1000만원 시대. 치솟는 대학 등록금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이 가만히 있을 수 없게 됐다. 최근 교육계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이른바 '반값 등록금'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대학등록금 부담 완화정책을 둘러싸고 여야는 올해 초에 이어 또다시 뜨거운 복지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반값 등록금' 이슈는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가 촉발시켰다. 물론, 6월 국회의 주도권을 잡아가겠다는 속셈이다.

하지만 이는 민주당이 올해 초 무상급식·의료·보육에다 '반값 등록금' 을 보탠 이른바 '3+1 복지'를 주창하면서 기세좋게 여당을 몰아붙였던 정책안이었다. 물론 한나라당은 재원조달을 할 수 없는 포퓰리즘이라며 신랄하게 비판했던 사안이다.

그런데 이번에 한나라당이 '반값 등록금'을 '대학등록금 부담 완화정책'이라는 이름으로 바꿔 내놓고 정부부처와 구체적인 협의에 들어가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의 심기가 좋을 리 없다.

민주당으로서는 한나라당에 허를 찔린 모양새가 된 것이다. 서민의 가계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여서 자체를 비판하고 나설 수도 없는 형국이다.

민주당의 반격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허를 찔린 민주당은 '반값 등록금'과 관련해 이제 확실하게 한나라당과의 차별화를 꾀할 수밖에 없다.

때문인지 민주당이 '3+1 복지론'을 다시 펼쳐들고 있다. 그러면서 한나라당의 '반값 등록금' 을 '짝퉁정책'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어쨌든 정치권의 이 같은 '반값 등록금' 싸움의 결말이 재원조달안까지 이르렀으면 한다. 여야가 국민들의 마음을 사기 위한 싸움이지만 모처럼 교집합을 이룬 정책이어서 기대가 된다.

대학등록금과 관련해서는 장·단기적인 정책입안이 필요하다.

단기적으로는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한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대학등록금이 이렇게 해마다 치솟는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사회구조를 바꾸는 일이다.

우리나라와 교육열이 비슷한 싱가포르를 보면 저소득층 자녀에게 학비를 보조해 준다는 개념은 아니지만 우수한 내외국인 학생들에 대해 다양한 학비 보조혜택이 제공된다. 싱가포르 국립대는 연간 학비가 우리나라 돈으로 약 2180만~3060만원에 달한다. 우리나라 대학보다 훨씬 높다.

그렇지만 정부의 학비 보조를 받을 경우 연간 800만원 수준이다. 그만큼 정부의 등록금 보조정책이 훌륭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반값 등록금'에 대한 단기적인 대책마련에 참고할 만하다는 생각이다.

장기적인 대책으로는 영국을 제외한 유럽을 연구해 봄직하다.

독일, 프랑스, 스웨덴 등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국가가 전부 또는 대부분의 학비를 제공한다. 사회주의식 교육 때문이지만 대학 등록금이 수십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물론 아예 없는 곳도 있다.

프랑스는 초·중등학교는 물론이고 대학교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대부분의 교육비를 지원하고 있다. 정부의 재정지원으로 연간 등록금이 수십만원 정도다. 스웨덴은 유치원부터 초·중·고등학교는 물론 대학, 대학원까지 학비가 없다. 재학 중 생활비 융자도 법적으로 보장돼 있다.

이는 이들의 사회구조가 우리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학력 간 임금격차가 크지 않아 굳이 고학력을 가질 필요가 없다.

복지제도가 잘 갖춰져 있는 것도 한 요인이다. 때문에 대학에 진학하려는 고교생이 45%정도에 불과하다. 대학등록금이 비싸야 수십만원 정도에 불과한 유럽을 이해할 수 있는 구조다.

학력과 어느 학교 출신이냐에 따라 대우가 달라지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반값 등록금' 정책은 응급조치에 불과하다.

장기적인 정책도 함께 심도있게 논의돼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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