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속시대의 씁쓸한 자화상
접속시대의 씁쓸한 자화상
  • 연지민 <교육문화부장>
  • 승인 2011.05.15 2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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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연지민 <교육문화부장>

정보화 시대에 인터넷은 생활의 필수품이 되었다. 특히 IT강국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의 인터넷 점유율은 세계 어느 나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막강하다. 일에만 국한되지 않고 각 집집마다 몇대의 컴퓨터는 기본이다. 이처럼 전자회사를 위시한 IT 강국으로의 면모는 이제 전 국민들 생활마저 일상화로 만들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까지 가세해 인터넷의 위력을 실감케 하고 있다. 여기저기서 정보가 쏟아지는 판에 '작은 것이 좋은 것이여'라는 광고 카피처럼 이젠 손 안에서 세상이 열렸다 접히는 일이 현실로 된 것이다.

최고를 꿈꾸라 강요하는 사회에서 인터넷 보급은 일면 최첨단을 걷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니 내심 자랑스럽기도 하다. 더구나 기술을 앞세운 경제적 파급 효과까지 감안한다면 국민 효자다.

하지만 효자 노릇만 할까? 요즈음 인터넷은 효자답게(?) 스마트폰과 결합해 온 국민을 스마트 열풍에 가둬 놓고 있다. 최근 모 회사에서 출시된 핸드폰은 대기자가 줄을 설 만큼 문전성시를 이룬다는 소식이다.

출시한 회사는 인터넷 속도가 훨씬 빨라지고, 정보 검색과 사용이 전보다 훨씬 쉬워졌다고 선전한다. 마치 스마트폰이 없으면 시대에 뒤처지는 듯 소비를 부추기는 상술에 주변 사람들은 서둘러 스마트폰 애용자로 전환 중이다.

학생이나 일반인이나, 애들이나 어른이나, 거리에서 차 안에서 직장에서 너도나도 스마트폰에 얼굴을 묻고 연애(?)를 한다. 일하다가도, 사람과 이야기하다가도 눈길을 떼지 못한다. 별스럽게 바빠 보이지도 않는데도 눈과 손은 부산하니, 보는 옆사람도 괜스레 안절부절해진다.

핸드폰을 손에 들고 있어야 마음이 편하다는 사람도 쉽게 볼 수 있다. 없으면 뭔가 잃어버린 듯 허전하다는 이야기다. 중독이다. 너나 없이 중독이다. 그럼에도 너무 익숙해진 탓인지 중독이란 말도 예전처럼 강력한 단어로 느껴지지 않는다.

어떤 충격적인 단어가 이 속도전을 잠시 멈추게 할지 모르지만, 핸드폰 속에 실시간 전송되는 세상 일에 못 견디게 궁금한, 접속의 시대의 씁쓸한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스마트폰이니 인터넷이니 하며 열풍에 몰입하는 사이, 세상 한 켠에선 인터넷과 멀어지라는 목소리가 조용히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의 칼럼니스트 니컬러스 카는 "인터넷이 사람과 문화를 얕게 만든다"며 정보화 시대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IT 전도사였던 그가 "유용한 도구임에 틀림없지만 넷이 사람의 행동과 두뇌에 시시각각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집중력을 상실케 하는 원인이고 긴 글을 읽기조차 힘든 세대를 만들며 사색·명상과 같은 사고 능력이 줄어든다"고 비판한다.

결국 정보의 과다에 묻혀 개인의 삶도 문화도 얕아지고, 주관을 상실한 채 인간이 효율성에 따라 동작하는 산업화 기계처럼 변해간다는 것이다.

니컬러스 카의 인터넷 기능적 비판은 그의 경험에 근간한다. 인터넷이 생활화된 우리 국민들에게 그의 우려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지만, 카의 말을 통해 우리의 내면을 다시 들춰보는 계기를 삼아야 한다.

책장을 두어 페이지만 넘겨도 금세 정신은 딴 곳에 가버려 독서가 투쟁이 된 것은 아닌지. 무슨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벌써 조급해지고 얕아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호기심은 많은데 깊이 생각하기는 꺼려하고 있지는 않는지. 내 생활의 패턴이 고립적으로 변하지는 않았는지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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