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단 성향분석 문건
문화재단 성향분석 문건
  • 충청타임즈
  • 승인 2011.05.12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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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도가 문화재단 이사진을 선정하면서 물망에 오른 인사들의 성향을 분석한 내부보고용 문건이 드러나 지역이 떠들썩하다.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 전교조 소속 교사 등을 제외했다는 내용인데 '성향 분석'이라는 수식어가 더해져 문건은 휘발성을 지닐 수밖에 없다. '좌와 우, 보수와 진보'로 패를 가르고, 대결하는 구조에 익숙한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단면인 셈이다. 이런 류의 논쟁이 의미 있냐, 그렇지 않냐는 별개로 하더라도 두 가지 개념을 놓고 벌어지곤 하는 싸움만큼은 여전히 많은 이들을 흥분시킨다. 그래서 좋은 구경거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문제가 된 문건 이름이 오른 일부인사는'X'표가 쳐졌다고 한다. 이사에서 제외하겠다는 실무진의 의지가 실린 부호인데, 실제로도 배제됐다 한다.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귀동냥과 탐문활동, 평소 식견을 보태 공을 들였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성향 분석' 문건은 뉘앙스 그대로 당사자들의 공론의 장으로 이끌어 냈다. 한나라당과 전교조, 민노당이 발끈한 것이다. 충분히 그럴만 하다. 그러나 이사로 선임된 자들이나, 그렇지 않은 경우나 일부를 빼면 이 논쟁의 범주 안에 진입할 인사들이 몇몇이나 되느냐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일부 인사는 그럴듯하게 '진보적 성향'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추천에 손색이 없음'이라고 명시됐던 모양이다. 재미를 더하는 결정적 표현이다. 한심한 것은 대상자들이 공들여 분류하거나, 표현에 적확할 정도로 알맹이가 있냐는 점이다. 솔직히 말해 편가르기가 있을 뿐이지, 보수와 진보가 있냐 말이다. 좀 더 심하게 말하면 보수든 진보든 '개발에 편자를 단 격' 아닌가.

문제의 핵심은 전교조나 한나라당이 지적했듯 실무진의 '코드 맞추기'이다. 단체장 '심기(心氣)'를 쫓는 공무원들이 그릇된 처신을 반복한다는 점이다. 사태 수습도 마찬가지이다. 충북도 문화여성환경국장은 "어렵게 출범한 재단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활동을 지켜보고 평가해 달라"며 양해를 구했다고 한다. 2009년 가짜학위 소지 오케스트라 지휘자를 임명했던 당시와 담당자만 바뀌었지, 똑같은 소리이다. 공직자들의 상황인식이 문제이고, 달리보면 오만함이다. 이번 일은 공직자들의 '코드 맞추기와 오버'로 압축할 수 있다. 이번 일을 털어 내려면 이 점에 대해 먼저 사죄를 하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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