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관예우 금지법, 법조계에 그칠 게 아니다
전관예우 금지법, 법조계에 그칠 게 아니다
  • 이재경 부국장<천안>
  • 승인 2011.05.11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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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부국장<천안>

1. 예견했겠지만, 법조계가 발칵 뒤집혔다. 곧 옷을 벗을 판·검사들은 울상이고 변호사들은 희색이다.

정부가 11일 국무회의에서 이른바 '전관예우 금지법'을 통과시켰다. 판·검사들이 법복을 벗은 지역에서 1년간 사건 수임을 하지 못하도록 한 변호사법 개정안 공포안을 처리한 것이다.

18일께 공포될 예정인 이 법은 기존 변호사업계가 크게 환영하고 있다. 지역 법원·검찰청에서 근무하던 판·검사 출신의 싹쓸이 수임을 막아 줬기 때문이다. 전관예우 관행은 자신의 최종 근무처에서 변호사업을 시작한 판·검사 출신에게 막대한 부를 안겨다 줬다. 일반인들은 상상도 못할 정도다. 실제 우리 주변에서 전관예우 혜택을 받은 이들의 사례를 보면 '끔찍할' 정도였다.

검사 출신으로 10여 년 전 천안에서 개업한 A씨는 1년간 벌어들인 수익만 10억원이 훌쩍 넘었고, 또 다른 B씨는 20억원을 넘어섰다는 게 공공연한 사실이다. 한 해 장사 잘해 평생 먹고 살 돈 벌었다는 얘기들이 자신들 입에서 나왔다. 이러다 보니 선배 변호사들은 판·검사 출신 변호사가 지역에서 개업을 할 때마다 울상만 지었다. 새로 변호사가 된 이들 전관이 돈이 되는 형사 사건을 독식했으니 말이다. 폐해도 많았다. 판·검사들이 담당 변호사가 전 직장 상사였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하거나 불기소 처분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이번 법안 통과를 정부가 외면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다.

2. 금융감독원이 출범 후 최악의 시련을 겪고 있다. 부산저축은행 사태를 촉발한 원흉으로 지목받았다. 감독을 엉망으로 해 국민 세금 5조원을 날린 주범이란 낙인이 찍히고 말았다.

사태의 전말을 보면 기가 막힐 따름이다. 금감원 출신 낙하산 감사들이 부산저축은행 계열사들에 포진해 있으면서 되레 경영진의 불법·탈법 행위를 도왔다. 수년간 진행된 본점인 부산저축은행 감사에서도 아무런 문제점이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이 이를 증명해준다.

실제 이 저축은행이 2006~2008년 공격적 M&A를 통해 몸집을 크게 부풀린 때에 금감원 출신 인사들이 낙하산을 타고 대거 이사나 감사로 취직했다. 서울중앙저축은행(현 중앙부산저축은행), 고려저축은행(전주저축은행), 대전저축은행 등 5계 저축은행을 인수해 대형 금융그룹으로 발돋움했는데 이때 금감원에서 낙하산들이 줄줄이 내려갔다. 임원출신인 윤모, 김모씨 등 십 수 명에 달한다. 과정도 유치 졸렬했다. 저축은행에서 금감원에 감사를 추천해 달라고 요청하면 금감원은 뻔뻔스럽게 퇴직예정자 중 맘에 드는 이를 골라 내려 보냈다.

정년이 몇 년씩 늘어나고 연봉도 2~4배나 더 많이 받았다. 그러니 자기네 식구들이 먹고 사는 곳에 감사가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이미 수사과정에서 금감원 출신 감사들이 경영진 탈법행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 직원들도 직전 상관, 전관들의 청탁을 거절하지 못했다. 그렇게 전·현직들이 서로 온정주의에 끌려 눈감아주는 사이 5조원이 증발해 버렸다. 현직들도 언젠가 옷 벗으면 갈 곳이기 때문에 일부러 외면했을 법하다.

11일 통과된 전관예우 금지법은 늦었지만 다행이다(내용은 부실하다. 수임제한 기간이 1년뿐이고 위반 시 처벌 조항도 없다). 그러나 법조계에 국한해서는 안 된다. 금감원을 비롯, 국세청은 물론이고 우리 주변 각계에 만연해 있는 전관예우의 악습을 없애는 대수술이 필요하다. 물론 정치권의 보은 낙하산이 근절 대상 1순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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