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어떤 길을 걷고 계십니까
지금 어떤 길을 걷고 계십니까
  • 조한필 부국장<천안·아산>
  • 승인 2011.05.08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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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조한필 부국장<천안·아산>

요즘은 '길'이 대세다. 제주도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이 각광을 받자 충청도 시·군들도 '길'을 냈다. 최근 괴산 산막이옛길과 서산 아라메길을 다녀왔다. 천안에서 60~70km 떨어진 먼 길이었다. 전체적인 느낌을 말하자면 길은 좋았으나 아쉬움이 남았다.

산막이옛길은 찾아가기 쉽지 않았다. 꼭 소재지 주소(괴산군 칠성면 외사리)를 알고 가는 게 좋다. 괴산에 들어서면 안내표지판이 있겠거니 생각하면 오산이다. 외사리로 접어드는 비포장길은 4km는 족히 됐다. "홍보가 많이 된 곳인데 설마 진입로가 이렇게 울통불퉁한 길은 아니겠지" 하는 기대는 버려라. 안내판은 없어도 참고 가면 산막이길 주차장이 나온다.

주차장에 도착해서 놀라지 말라. "좁은 주차장에 차들이 왜 이리도 많을까?" 괴산군이 외지 관광객을 위해 충북도민들의 주말 방문 자제를 요청했다는 말이 실감났다. 괴산호를 끼고 어렵게 길을 낸 산막이길. 나무데크 기술의 개가였다. 유격 코스에나 나올 법한 출렁다리가 재미를 더했다. "다리를 지탱해 주는 나무들이 불쌍해."어떤 여학생이 즐거운 비명을 지르다 한 말이다.

호수엔 유람선이 운행됐다. 유람선 안내 방송이 쩌렁 쩌렁 호반 전체를 울렸다. 물길과 산길이 가깝다 보니 그 소리가 소음으로 변해 산막이옛길 관람객 귀청을 때렸다. 3km 걸어 산막이길의 끝. 농가 몇 곳에서 요깃거리를 팔았다. 잔치국수 5000원, 막걸리 3000원, 파전 1만원. 할머니·손자 온 가족이 손님 맞기에 분주하다. 시골 정취에 젖어 자리에 앉았다. 밀려드는 손님에 모든 것이 뒤죽박죽. 보는 앞에서 그릇을 건성건성 씼어 손님에게 내놓는 할머니. 그걸 본 한 40대 여성이 남편 옷자락을 당기며 앉았던 자리를 떠났다.

아라메길은 서산마애삼존불(국보 84호) 입구에서 시작된다.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걸었다. 보원사지로 향하는 길이다. 옆으로 차들이 속도를 내고 달려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다행히 차 먼지는 일지 않았다. 1.5km쯤 걸어 절터에 도착. 이정표가 아라메길을 가리켰다. 그 길로 걸으니 곧바로 어떤 집이 막아섰다. 아참! 갈림길이었지. 다른 길로 가 봤다. 전원주택 한 채가 있고 부부가 텃밭에서 일하고 있었다. 개가 사납게 짖어댔다. 밭을 일구던 남자가 손사래를 치며 뭐라고 소리 지른다. "이 길이 아니다."라며 돌아가라는 말이었다. 사람들이 길을 잘못 들어 자신의 집으로 오는 데 지친 기색이다.

개심사를 향하는 아라메길은 보원사지 맨 뒤 법인국사탑 뒤에 있었다. 오르막 산길로 접어 들었다. 한적함이 맘에 들었다. 길 양옆으로 간벌(나무 솎아내기) 때문에 많은 나무가 베어져 있었다. 점점 걷다 보니 너무 많이 베어진 게 아닌가 싶었다. 길을 내려고 나무를 벤 듯했다. 오르막 계단을 만드는 데도 이 나무들이 쓰인 듯하다. 1시간 정도 걸어 전망대와 개심사의 갈림길. 아름드리 나무 30여 그루가 베어져 그루터기를 내보이고 있었다. 그 가운데 쉬어 가라는 탁자와 빙 둘러 의자가 놓여 있었다. 쉼터 공간을 만들기 위해 이 많은 나무가 희생된 것이었다.

지금까지가 기자의 눈으로 본 '길'이다. 그러나 산막이옛길과 아라메길에서 보낸 시간은 더없이 즐거웠다. 산막이길에서 만난 호랑이굴, 아찔한 호수 위 관람대. 아라메길 아니었으면 못 봤을 개심사의 만개한 늦은 봄 꽃.

그곳에서 보낸 시간이 더없이 즐거웠지만 지적하고 싶은 점도 많았다. 그게 기자인 나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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