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 때마다 적임자 논란은 이제 그만하자
임명 때마다 적임자 논란은 이제 그만하자
  • 연지민 <교육문화부장>
  • 승인 2011.05.03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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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論
연지민 <교육문화부장>

충북 문화예술인들의 숙원사업이라던 충북문화재단이 설립을 가시화하면서 벌써부터 적임자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일 충북도가 충북문화재단 대표이사에 강태재씨를 내정하자, 일부 지역의 문화예술인들이 강 내정자의 선임에 볼멘소리가 터져나왔다. 순수예술인도 아니고 시민사회단체 대표인 강 내정자가 문화예술단체의 리더로 적합한가 하는 문제가 선임 당일부터 불거졌다.

일각에선 진보성향의 시민단체 활동을 하고 있는 강 내정자가 충북예총과 충북민예총의 미묘한 갈등 선상을 조화롭게 이끌어낼 수 있는 인물인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가 하면 순수 문화예술인들의 삶과 현장을 모르면서 지역문화예술인들과 공감대를 형성해 문화예술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느냐는 부정적인 반응도 잔존해 있는 게 사실이다.

적임자 논란 속에는 지역을 대표할 만한 순수예술인이 충북문화재단의 대표이사에 선임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섞여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선임자 논란에 대해 몇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

우선 적임자 문제다. 일부에서 주장하듯 순수예술인이 대표이사에 선임돼야 한다는 의견은 순수예술인이라는 울타리를 치고 편을 가르기 하는 꼴이다. 순수예술인이 아니면 문화예술단체에 수장이 될 수 없다는 알 수 없는 논리로 적임자를 운운하는 것과 같다.

여기에 덧붙이자면 이번 대표이사 선임에서 순수예술인들이 배제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만든 것은 오히려 예술인들이다. 문화예술계 인사 선임 때마다 충북예총과 충북민예총이 그동안 보여주었던 행보들이 이를 말해 준다.

이쪽 사람을 선임하면 저쪽에서 논란이 일고, 저쪽 사람을 선임하면 이쪽에서 논란을 만들어 이도저도 아닌 제3의 인물을 물색하게 만들었다. 기관에서 문화예술계 대표를 선임 때마다 인물 찾기에 고심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도에서 이번 선임자를 두고 지역 문화예술계에서 폭넓게 활동해 온 점과 충북문화재단 운영의 조기 정착을 위해 강내정자가 적절하다고 판단한 것도 제3의 인물 물색 선상으로 짐작된다. 그런 점을 감안하면 강 내정자가 오히려 가장 적임자일 수도 있다.

선임 후 선임자에 대해 흠집내기도 문제다. 선임 전에 충분히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 아니라, 인물이 선임되고 나서야 적합성과 전문성을 들이대며 상대를 끌어내리는 방식은 아무래도 보기 흉하다.

이는 문화예술계뿐만 아니라 최근 충북체육회 사무처장 인선을 둘러싸고 도와 체육계 간에 벌어진 신경전도 마찬가지다. 능력을 발휘하기도 전에 흠집부터 내고 보자는 식의 평가는 밥그릇 싸움으로밖에 비치지 않는다.

이런 이유든 저런 이유든 선임자로 내정되었을 때는 설혹 미흡한 점이 있더라도 단체를 잘 이끌어 갈 수 있도록 힘을 보탤 필요가 있다. 내 뜻에 맞지 않는다고 돌아설 것이 아니라,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 운영에 협조하고 감시해야 한다.

미흡해도 포용하고 지켜봐 주는 기다림이야말로 지역의 인물을 키우는 방법이다. 불필요한 논란은 오히려 충북문화예술발전에 저해가 될 뿐이다.

우리 지역의 문화예술은 어느 지역보다 열악하다. 이제서야 5년여를 지지부진하게 끌어왔던 충북문화재단이 첫 발걸음을 떼는 시점이다. 적임자 논란을 접고, 열악한 문화예술 환경을 극복하는 전환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강 내정자가 진정성을 가지고 객관적으로 재단을 운영해 나가도록 힘을 보태고 또 한편으로는 일탈하지 못하도록 감시와 견제역할에 비중을 두는 논의가 더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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