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의 주주권 행사를 보는 시각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를 보는 시각
  • 남경훈 <편집부국장>
  • 승인 2011.05.03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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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남경훈 <편집부국장>

"이건희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은 3.4%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지분은 5%다. 국민연금이 삼성을 제대로 견제해 왔는지 의문이다."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이 화두로 던진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기금의 대기업 주주권 행사가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국민연금 하나만 해도 5% 이상의 지분을 갖고 있는 상장기업이 161개에 이르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포스코, 하이닉스, KT 등의 최대주주이며 금융권에서는 하나금융의 최대주주, 그리고 신한지주, 우리금융, KB금융의 2대주주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5.00%의 삼성전자 지분은 삼성생명(7.45%)에 이은 두 번째로 이 회장(3.38%) 개인지분보다 높다.

또 현대자동차, LG화학, SK이노베이션 등의 지분을 5% 이상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마음만 먹으면 기업에 감 놔라, 배 놔라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주주로서의 역할은 전무하다시피 했다. 전경련과 경총은 "관치경제로 돌아가자는 말이냐, 연금사회주의적 발상이다, 연기금 투자 목적에 어긋난다"며 논의 차단에 부심하고 있다.

사실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는 시장경제의 상징이라 할 미국에서 흔히 있는 일이다. 2004년 2월 월트디즈니 주주총회에서 대반란이 일어났다. 21년간 월트디즈니를 장악하며 '미스터 디즈니'라 불렸던 마이클 아이스너 회장은 이날 연기금과 소액주주들의 압력에 회장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2011년 2월 애플 주총에서도 비슷한 이변이 발생했다. 애플이 '주주들의 독사과'로 불렸던 이사선출 방식을 변경한 것. 애플은 이날 단 한 명의 주주만 찬성해도 이사를 선출할 수 있었던 기존 이사 선임방식을 버리고, 과반수 동의에 의한 이사선임을 택했다. 그렇다고 이를 관치경제라고 비판하지는 않는다. 연기금의 주주권이 무엇을 위해, 어떻게 행사되느냐에 따라 관치경제가 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한국에서 이 시점에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문제가 나왔냐는 점이다. 논란의 핵심은 따로 있다. 바로 대기업의 사회적 역할이다. 곽 위원장의 발언에는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을 외면하는 대기업의 행태에 대한 현 정부의 비판적 인식이 담겨 있다. 정부의 고환율 정책에 힘입어 잔뜩 배를 불린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을 살리고, 양극화를 줄여 나가는 사회적 노력을 게을리하고 있다는 판단인 것이다.

특히 이명박 정부가 강조하는 일자리 창출이나 의욕적인 투자활동이 한참 부족하다는 점을 들고 있다. 미래학자들의 말대로 정부가 아니라 기업이 지배하는 세상으로 가고 있다. 그만큼 대기업의 사회적 책무가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더불어 사는 사회를 위해 대기업이 보다 노력해 왔다면 곽 위원장은 입을 열지 않았을 듯하다. 오죽하면 연기금 주주권 얘기가 나왔는지, 대기업들은 생각해 봐야 한다.

도내에도 LG를 비롯 하이닉스반도체 등 대기업들이 활발한 제조활동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SK나 현대중공업 등 다른 대기업들도 본격 가동에 나서면서 예전에 비해 대기업들의 지역내 진출이 눈에 띄게 늘었다.

그러나 일부 기업을 제외하곤 이렇다 할 지역기여도가 없다는 주장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이번 곽 위원장의 뼈있는 지적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그래서 많은 것 같다. 기업들의 사회적 공헌은 지역을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 다양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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