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후배위해 열정 쏟을 것"
"제자·후배위해 열정 쏟을 것"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1.04.18 2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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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 청주 대성고 첫 초빙교장 박원규씨 /
청주 대성고등학교 개교 76년 만에 최초로 초빙교장으로 부임한 박원규 교장(63·27회).

그는 모교인 이 학교에서 지난 2월초 36년간의 교직생활을 마무리하고 퇴직했다. 그러나 2월 중순 열린 청석학원 이사회에서 박 교장을 만장일치로 대성고 최초로 초빙교장으로 임명하면서 다시 학교로 돌아왔다.

퇴임 준비를 위해 교장실에 남아 있던 짐도 챙기고, 퇴임사까지 다 작성해 놓은 상황에서 초빙교장 제안을 받았을 때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한다.

박 교장을 설득하기 위해 찾아온 정성봉 학원 이사장에게 "물은 흘러야 하고, 고이면 썩는다" 는 말로 거절했다. 하지만 정 이사장은 "물이 흐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흐른 물이 댐에 있는 것과 저수지, 강에 있는 역할이 다르듯 대성고 교장 역할보다는 학원을 이끄는 교장의 역할을 해 달라"고 설득해 결국 다시 돌아오게 됐다.

박 교장은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보다는 나보다 나은 사람을 앉히는 게 학교 발전에 도움이 되리라 여겼다"며 "초빙 교장 1년 임기 동안 제자이자 후배인 학생들을 위해 열정을 쏟고 싶다"고 말했다.

2004년 모교 출신 6번째 교장이자 대성고 15대 교장으로 임명된 박 교장은 임기 동안 정봉규 동문 회장의 30억원 장학금 기탁을 이끌어 낸 주역이기도 하다. 정 회장의 기탁금과 동문들이 십시일반 출연한 10억원 등 총 40억원을 발판으로 설립한 대성청천 장학재단을 통해 지금까지 1400여명의 학생이 장학금을 받았다. 이와 함께 대성고에 장학금을 기탁한 동문도 3650명에 이른다.

2002년 청주상고에서 일반계고교인 대성고로 개편됐을 당시 박 교장은 교장실에 야전침낭을 펼쳐 놓고 학생들과 생활한 일화는 유명하다.

박 교장은 "전문계고에서 일반계고로 개편되면서 당시 배정된 학생의 70~80%가 강제배정자였다"며 "학생과 학부모의 불신을 씻어주기 위해 야전침낭을 놓고 학교에서 생활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현재는 학부모가 선호하고, 학생들이 가장 오고 싶어하는 학교로 발전했다.

대성고는 핸드폰과 매점, 자판기가 없는 학교, 교실에 교사 컴퓨터와 의자가 없는 학교로 유명하다.

일반계고교의 목표인 학력신장과 면학분위기 조성을 위해 박 교장이 만든 풍토다. 물론 핸드폰 소지를 금지할 때 대의원회의와 학생 공청회를 거쳐 학생들 스스로 규칙을 만들도록 유도한 점이 박 교장의 교육자로서의 면모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지난 1월 그는 아름다운 학교 운동본부가 주최한 제11회 아름다운 교육상 교육자 부문 경영자 대상을 수상했다. 학생들에게 비전을 제시해 주고 꿈을 꾸도록 만드는 것이 학교의 역할이자 교장의 역할이라고 믿는 박 교장은 "학교는 꿈 나무 숲이어야 된다"고 강조한다.

상식이 통하는 학교, 원칙이 통하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먼저인사하기 운동을 전개해 온 박 교장은 학생들을 만날 때마다 먼저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넨다.

혼이 살아 있는 학교, 선배와 후배를 이어주는 끈을 만들기 위해 서울까지 쫓아가 1회 졸업 앨범을 구해 와 역사기념실을 만들었다는 박 교장은 가장 보람된 일로 "7~8년 전 가장 기피하던 학교에서 이젠 가장 선호하는 학교로 탈바꿈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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