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불행을 먹고 사는 사람들
남의 불행을 먹고 사는 사람들
  • 오창근 <칼럼니스트>
  • 승인 2011.03.23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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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오창근 <칼럼니스트>

얼마 전 회의가 끝난 후 조촐한 뒤풀이가 있었다. 내 앞에는 교수직을 그만두고 이벤트 회사를 차리신 분이 앉아 있었고, 그분 옆자리에는 변호사분이 앉아 계셨다. 이벤트 회사를 하시는 분이 변호사께 "힘드시겠어요. 늘 안 좋은 일만 쫓아다니시니까 저는요 잔칫집만 다닙니다." 앞에서 무심코 듣다가 박장대소한 일이 기억난다.

듣고 보면 맞는 말이다. 송사에 얽히면 집안이 풍비박산 난다는 어른들의 말이 아니더라도 웬만하면 피하고 싶은 사람이 변호사인지 모른다. 뜻깊은 일에 찾아가 흥을 돋우는 이벤트 일과는 확연히 다르다.

잔칫집 가서 노래 한 곡 뽑고 돈 버는 직업도 있고, 초상집에서 돈을 벌어야 하는 직업도 있다. 어떤 것이 낫다는 구별은 의미가 없지만, 직업 중에서 유독 미담보다는 불행한 사건을 호재로 여길 수밖에 없는 것이 언론이다. 정확한 정보를 국민에게 알린다는 의무도 있지만 내심 구독률과 시청률을 높일 기회가 된다는 이중적 심리가 깔렸다.

신문을 펼쳐들고 사건 사고의 대형 이슈가 없으면 '오늘은 볼 게 별로 없네.' 하며 신문을 덮는 보통사람의 심리와도 같다. 예를 들면 음식점에 가서 먹어본 음식이 맛있고 서비스가 좋으면 사람들은 가까운 지인에게 입소문을 낸다. 그런데 음식 맛이 형편없고 서비스가 엉망일 경우 입소문 효과가 더 빠르다. 자기의 주관적인 느낌을 전달하는 데 있어 부정적인 상황을 더 빨리 퍼뜨린다. 좋은 소식보다 루머가 더 빨리 퍼지는 것과 같다.

이처럼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 대형사건은 사람들을 뉴스로 빨려들게 하는 효과가 있다.

쓰나미와 원전 폭발로 위기에 처한 일본을 취재하는 우리나라 뉴스의 머리기사를 보면 눈살을 찌푸릴 때가 잦다. 관심을 끌기 위해 다소 자극적인 단어를 쓰는 것은 이해한다고 해도 여느 사람이 봐도 지나칠 정도의 주관적이고 자극적인 기사는 민망할 때가 많다.

일본 침몰>, 영화 '일본 침몰' 현실화되나>, 140년 만에 최악 강진'일 열도 절반 침몰' 전조인가>라는 기사는 우리나라 사람이 봐도 지나치다고 느끼는데 피해 당사국인 일본인이 본다면 어떤 생각이 들지 뻔하다.

일본에서 부는 한국 연예인들의 인기를 한류, 일본 열도를 점령>이라고 방송하는 것을 보면 닭살이 돋는다. 하물며 이웃의 불행을 놓고 지나치게 자의적으로 과대 해석하는 것은 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성철 스님의 상자였던 원통 스님의 법문 가운데 지옥에 가장 먼저 떨어질 사람을 꼽았는데 모두가 '남의 불행을 먹고 사는 사람들'이었다.

그중 첫째가 스님이다. 이유인즉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 49재를 지내는데 무소유를 주장하는 스님이 제사를 지내주고 금전적 이득을 취하기 때문이다.

둘째가 검사와 변호사라고 했다. 불행한 일을 처리하지만, 한쪽은 죄의 유무만 따져 가급적 무거운 형벌을 내리려 하고 한쪽은 변호해준다는 명목으로 돈을 챙기니 모두들 '남의 불행을 먹고 사는 사람들'이란다. 이렇게 따지면 카센터나 장례식장이나 다 같은 논리에 빠진다. 다소 과장된 측면이 없지 않으나 이곳에 언론을 끼워 넣는다고 해도 별 흠이 될 것 같지는 않다.

사실에 입각한 정확한 정보 제공보다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기사로 사람의 눈을 잡다 보니 심도 있는 내용의 분석이 없이 비극적인 화면만 되풀이해서 방영한다.

카다피 축출을 목표로 서방 국가들이 리비아를 폭격하고 있지만,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한 군사적 타격과 대응장면을 마치 컴퓨터 게임을 설명하듯 하며 리비아 사태에 대해 근원적인 설명과 앞으로 전개될 중동국가의 판도를 설명하는 데는 미흡하다.

또한, 지나치게 서방국가의 시각에 치우친 기사와 외신의 내용을 그대로 옮겨 놓아 리비아 수로 건설에 참여한 우리 기업과 향후 중동국가에서 우리나라의 역할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것인가에 대한 깊은 이해가 전달되지 않는다.

남의 불행을 부각해 이목을 끄는 것보다 내실 있게 우리를 점검하고 앞으로 일본과 리비아 사태가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과 파급효과에 대한 분석과 대응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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