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소주 장덕수 사장의 복지재단 설립
충북소주 장덕수 사장의 복지재단 설립
  • 한인섭 기자
  • 승인 2011.03.20 22: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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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한인섭 <사회부장>

충북소주 맛이 달라졌다. 향토기업 충북소주가 롯데칠성음료에 매각된다는 발표가 나온 이후 소비자들의 반응이다. 충북소주 '시원'이 지역과 무관해지자 쓴맛이 부각된 탓이다. 쓴맛은 소주가 지닌 본래의 맛인데 지역민들은 여태 '고향 맛'으로 달가워하며 술잔을 주고 받았다.


여느 공산품과 달리 술맛을 대하는 소비자들의 태도는 별나다. 술처럼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까지 오감(五感)을 동원해 즐기는 상품도 드물다.

잔에 채워지는 모습에서 술잔을 잡는 맛, 입 안에 넣어 '카아!'하기까지 오감은 꿈틀 거린다. 여기에다 고향 술이다, 향토기업이라는 이미지가 보태져 음주가 지역공헌이라도 되는 양 여겨 '시원'에 주당(酒黨)들은 충성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충북에서 '시원 소주'가 이런 지위를 누릴 수 있었던 것은 지역민들이 사회공헌사업 등 지역밀착형 마케팅을 상술이다 치부하지 않고 '호의(好意) 선선히 받아 들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충북소주는 보조상표에 지자체 홍보와 공익캠페인, 나눔문화 홍보 캠페인 등 유난히 지역에 밀착된 자세를 취했다. 현존 세계 최고 금속활자본 직지 찾기에서 시작해 최근 충북지방경찰청이 추진중인 '酒暴 근절' 캠페인까지 억척스럽게 지역마케팅에 치중했고, 소비자들은 술술 넘어갔다. 장덕수라는 CEO의 흠결없는 이미지도 한몫했다 할 수 있다.

지역마케팅과 주민들의 수용정도는 변화된 충북소주의 시장점유율이 잘 대변한다. 장 사장이 2004년 10월 조선맥주(현 하이트맥주)가 운영했던 충북소주를 인수했을 당시에는 충북도내 시장점유율이 20%대에 머물렀다. 그러나 최근엔 42%까지 시장점유율이 올라갔다. 반면 70%대를 상회했던 진로는 충북소주에 밀려 50%대로 하락했다. 충북소주의 억척스러운 지역마케팅과 소비자들의 향토기업 사랑이 잘 맞아 떨어졌다.

이런 판에 장덕수 사장이 350억원대에 충북소주를 롯데칠성에 매각한다 발표하자 지역민들의 반응은 싸늘해졌다. 2004년 충북소주를 인수했던 금액이 대략 70~80억원대였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먹튀'논란도 나왔다. 이제 소비자들이나 지역민들은 차액이 얼마냐라는 셈법으로 바라본다. 장삿속으로만 본다면 참 잘한 장사이다. 그런데 충북이라는 이미지와 애향심을 알뜰하게 써먹어 번 돈이라는 생각에 입맛이 쓴 이들이 많을 것 같다. 이제 술자리에서는 "시원소주 그만 마셔야겠다"는 소리가 자연스럽다.

장덕수 사장도 이런 양상이 빚어질 게 겸연쩍었던 모양이다. 그는 지난 16일 매각 발표와 함께 "150억원 재산을 출연해 복지재단을 설립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충북소주로 번 돈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소리이다. 그는 기금 이자수입으로 결손·조손가정 등 소외계층을 돕겠다는 구체적 방안도 제시했다. 그러자 일각에선 기업인들이 종종 감세(減稅)나 절세(節稅) 방법으로 복지재단 설립을 택했던 점을 떠올리며 순수하게 보지 않으려는 시각도 있는 게 사실이다.

아직 매각 절차가 끝나지 않았고, 재단 설립은 더 두고 볼 일이다. 하지만 기업 성장과 발생한 이익이 개별기업 사례와 워낙 달라 이런저런 시각과 논란이 따라 붙는 게 불가피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50억원을 지역에 환원하겠다는 의지와 발표 자체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성공한 CEO로 떠오른 장 사장이 제시한 복지재단의 향방은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그가 말한 대로 '충북사랑이 담긴 재단'이 돼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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