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나면 소방서 건물부터 붕괴?
지진 나면 소방서 건물부터 붕괴?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1.03.14 22: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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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부국장(천안)

세계 언론들이 일본의 준비된 자세에 놀라며 '숙연하게 찬사'를 보내고 있다. 가장 돋보이는 건 진도 9.0이라는 무지막지한 충격에도 피해를 최소화했다는 점이다.

시속 800km로 덮쳐오는 쓰나미에는 어쩔 수 없었지만, 수도 도쿄의 한복판에 진도 6.5의 강진이 일었는데도 모든 건물들이 버텨냈다. TV에서 대형 고층 건물들이 좌우로 1~2m 이상 흔들리는 것을 봤는데도 끄떡없이 자리를 지켰다.

철저한 내진 설계, 오랜 대비 끝에 만들어낸 공법 덕분이었다.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기초 공법이 눈에 띈다. 1995년 한신 대지진을 겪은 일본은 이후 내진 설계 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건물을 지을 때 터와 건축물을 연결해 주는 기초에서부터 지진에 대비한다. 우리처럼 딱딱한 콘크리트 기초가 아니다. 철판과 고무를 번갈아 쌓아 만든 방진 패드를 '기초석'으로 삼아 그 위에 건물을 올린다.

이 방진 패드는 지반이 뒤틀려도 위에 올라앉은 건물이 큰 충격을 받지 않고 버티게 해 준다. 이를테면 기초를 스프링으로 만들어 지반이 크게 움직여도 상부의 건물이 유연하게 춤을 추듯 충격을 흡수하게 하는 식이다. 이 공법이 이번 지진 충격에 가장 유효하게 작용한 듯싶다.

지진 전문가들이 우리의 수도 서울에 지난 11일 도쿄에서와 같은 충격 정도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의 예상 피해 규모를 산출했다. 사망 7726명, 부상 10만7254명 등 무려 11만여 명의 사상자가 예측됐다. 사상자가 이 정도니 건축물 붕괴 등 피해는 말할 것도 없다. 일부 건물의 화재 등을 제외하곤 거의 '무사히' 지진을 견뎌낸 일본 도쿄와는 달랐을 참상이 눈에 선하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2010년 8월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내진 설계 대상 5만1903곳의 건축시설물 가운데 내진 설계가 적용된 곳은 8477곳뿐으로 전체의 16.3%만이 지진에 견딜 수 있도록 지어졌다. 특히 학교는 전체 1만8300곳 중 2400곳만 내진설계가 적용돼 나머지 87%의 학교가 지진에 무방비다.

심지어 지진 발생 때 '수호천사'들을 제일 먼저 투입시켜야 할 소방방재청도 지진 불감증에 걸려 있다. 일선 소방관서 중 내진 설계가 적용되어야 할 703곳 중 578곳이 내진 설계를 하지 않았다. 소방서 5곳 중 4곳이 대형 지진 발생 때 국민 인명 구조에 앞서 자체 수습 때문에 바빠져야 한다.

우리도 머뭇거릴 때가 아니다. 1978년 지진 관측 이후 2010년 말까지 우리나라에는 모두 891건의 지진(진도 2.0 이상)이 발생했다. 가장 컸던 게 1980년 평북 의주의 진도 5.3이었고, 그다음이 2004년 경북 울진의 5.2였다. 인명, 재산 피해와 직결될 6.5 이상의 큰 규모는 아니었다고 하지만 문제는 지진 발생빈도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1988년에 6번에 그쳤지만 20여 년이 지난 최근에는 10배 이상인 한 해 60여 차례나 발생하고 있다.

다행인 건 늦게나마 정부가 내진보강 기본 계획을 수립, 이를 의무화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걸로는 너무 부족하다. 예산 등을 이유로 내세워 일선 공공기관과 지자체 등이 미온적이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각 기관과 지자체의 내진보강공사계획은 전무한 상태다. 특히 일반 개인 건축물을 포함, 이미 지어진 건물들은 속수무책이다. 서둘러야 한다. 타산지석, 지금부터라도 유비무환의 철저한 대비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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