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향 개혁 말이 많다는데…
청주시향 개혁 말이 많다는데…
  • 한인섭 기자
  • 승인 2011.03.09 22: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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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한인섭 <사회부장>

10여년 전 일이다. 정부의 공직사회 1,2차 구조조정이 진행될 무렵 공기업 청주의료원에도'칼바람'이 불었다. 만년 적자를 면치 못했던 청주의료원에는 충북도 경영혁신팀이 파견돼 인력 구조조정, 의약품 입찰 개선 등 이른바 개혁이 진행됐다. 계약직, 정규직을 막론하고 구조조정 대상이 됐다. 직원 반발과 역풍은 거셌다. 강도높은 구조조정과 개혁을 주문했던 도청 고위찼?이 거꾸로 누구는 빼자며 '외압'을 행사했다고 한다. 원칙대로 진행했더니 얼마 후 경영혁신팀에 대한 감사가 진행됐고, 책임자급은 징계를 받았다. 아직 현직에 있는 그는 당시 "직원들의 '백'이 그 정도인 줄 몰랐다"며 하소연 했다. 일용직에서 계약직, 정규직까지 내로라하는 인사들이 입김을 행사했던 채용구조부터 문제였던 것이다.

요즘 청주시립교향악단 유광 지휘자의 개혁과 단원들의 반발을 같은 맥락에서 보는 시각이 많은 것은 이유가 있다. 공정한 평가를 받아 단원이 된 이들에겐 미안한 소리지만, 지역에서 행세 좀 하는 이들의 자녀나 친인척, 유력인사들에 줄을 댄 이들이 상당수라는 인식 탓에 단원 선발부터 연주 실력까지 곱지않은 시각이 엄존한다. 특정인맥 중심으로 움직이는 예술계 특성까지 보태져 객관적 운영을 기대하기 어렵다 보니 '시민정서 함양'이라는 가장 기초적인 '잣대'조차 들이대기 머쓱한 면이 있었다. 그래서 일이 불거질 때마다 인맥과 채용구조가 거론되기도 했다.

특정인맥을 형성해 '구역'을 차지한 안온함에 젖은 이들은 '가짜'를 '진짜'라 우기고, '가짜면 어떠냐'는 식의 대담함까지 보이기도 했다.'패거리' 바깥 인사는 '괴물'로 만들기도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9년 충북도립예술단 지휘자 석사학위 진위 공방이었고, 이때 보여준 음악단체나 음악인들의 태도가 그랬다.

청주시향은 비슷한 시기 출범한 타시도 교향악단에 비해 제자리 걸음을 반복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안온함에 젖은 지역 음악인을 탓하는 시각도 많았다. 자신들이 통제할 수 있는 규모를 벗어나지 않아야 자신들이 '밥그릇'을 챙길 수 있는 탓에 양적, 질적 성장은 관심 밖이었다는 것이다. '개혁'은 말할 것도 없다.

그래서 시립예술단체 '전면수술'은 종종 거론됐다. 이대성 청주시의원은 2007년 9월 시정질의를 통해 "시립예술단체들이 시민정서 함양을 위해 역할을 하고 있냐. 운영 실태를 보면 경악을 금치 못할 정도로 부실하다. 돈만 먹는 하마라는 생각이 든다"며 "읍참마속의 결단과 강력한 개혁의지를 보여 달라"고 질타했다. 당시(2007년) 4개 예술단체 운영비는 58억원이었다. 이 중 77%인 45억원은 단원 인건비였다. 이 의원은 당시 공연 횟수에 비해 과다한 인건비 지출을 타박했다.

4년이 지난 2011년은 어떤가. 올 운영비는 64억원이다. 이 중 인건비는 49억원. 공연 내용은 달라진 게 별무한데 인건비는 혹독한 재정난 속에서도 늘었다. 단원 호봉이 오른 탓이다. 덕분에 공연비 비율은 줄었다.

그래서 시향의 개혁 시도는 박수를 받을 만하다. 그런데 결과물이 나오자 잡음과 반발이 고개를 든 모양이다. 그러나 예술단체 채용구조와 운영실태에 대해 조금이라도 이해가 있는 이들은 동의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격 있는 이들이 누릴 기회를 박탈한 점에 더 화를 낸다. 현 상황은 이 의원이 거론한 대로 '읍참마속의 결단'이 진행되고 있을 뿐이다. 다만 공정한 선발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을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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