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휘발유 값이 1ℓ에 900원이라는데
미국 휘발유 값이 1ℓ에 900원이라는데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1.03.06 2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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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부국장 (천안)

1.캘리포니아 주에 거주하는 미국인들이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전미 자동차연합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캘리포니아의 보통 휘발유 소매가격은 1갤런(3.79ℓ)당 3.845달러를 기록했다. 미국 52개 주 가운데 가장 높은 가격이다. 1ℓ로 따지면 1.14달러, 원/달러 환율 1120원을 적용하면 미국에서 가장 비싼 주의 휘발유 값은 ℓ당 1276원이다.

5일 자 우리나라의 전국 평균 주유소 휘발유 값이 ℓ당 1903원이니 우리에 비해 턱없이 싼 기름 값에 캘리포니아 주가 호들갑을 떠는 셈이다. 사실 미국 전역의 평균 기름 값은 더 싸다. 캘리포니아는 저공해 휘발유 사용 정책으로 비쌀 뿐 전국 평균치는 리터당 917원(2011년 1월 말 현재)에 불과하다. 우리 소비자 가격의 절반도 안 되는 수치다. 그런데도 비싸다고 아우성이니 미국이 부럽기만 하다.

그러면 왜 미국은 이렇게 휘발유 값이 싼 것일까. 이유는 세금에 있다. 1월 말을 기준으로 미국은 전체 휘발유 값에 갤런당 0.48달러, 1ℓ당 141원의 세금만 부과하고 있다. 연방 유류세 53원과 88원의 주 정부 세금이 고작이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미국 휘발유 값의 세금 비중이 14.7%에 불과한데 우리는 50.4%, 959원이 세금이다(1리터 1903원 기준). 교통·주행·교육세에다 부가세를 합친 수치다. 여기에다 정유사 공급가가 42.7%(812원)이고, 유통 마진이 6.9%인 132원이 붙어 소비자에게 판매된다.

2.우리나라의 한 해 유류세 징수액은 약 22조원으로 알려졌다. 소비자들이 기름을 넣으면서 꼬박 갖다 바친 돈이다. 그런데 해마다 유사 석유 때문에 이 중 20% 이상 규모의 세금이 탈루되고 있다. 정유업계에 따르면 한 해 유사 석유 때문에 못 거둬들이는 세금이 무려 4~5조원이다.

유사 석유가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정부의 허술한 제도 탓이다. 주유소에서 유사 석유를 팔다가 적발되면 과징금 5000만원만 내면 그만이다. 사업자 명의만 바꾸면 또 같은 장소에서 영업할 수 있다. 이런 솜방망이 처벌이니 수십억 원씩 챙기고, 적발되면 다시 벌금만 조금 내고 아들, 딸, 사위 내세워 버젓이 또 영업을 한다. 거둬들일 수 있는 세금의 20%가 유사석유 업자들 때문에 빠져나간다면, 거꾸로 제대로 단속만 한다면 유류세를 20% 절감해도 된다는 얘기 아닌가.

휘발유 값의 카드 수수료 비중도 낮춰야 한다. 휘발유 값의 1.5%(1903원 기준 28.5원)가 수수료인데 6.9%인 영업 마진의 22%를 차지하니 기름 값이 오르면 카드사만 배를 불려 주는 구조다. 원유 값이 오른다고 해서 카드사가 체크기 증설 등 추가로 투자할 것이 하나도 없는데 상향 연동하는 이익을 보장해 준다면 문제가 있다.

역시 해결책은 공정 과세다. 거둬들이기 쉽다고 경제적 약자층 소비자들에게 엉뚱한 교육세 따위를 전가해선 안 된다. 세금 한 푼도 내지 않고 수억, 수십억원의 성공보수를 현찰로 챙기는 일부 변호사들. 탈세하려고 카드 안 받고 영업하는 의사들. 이런 탈루 세금만 제대로 거두면 유류세를 못 내릴 이유가 있을까.

사족 하나 더. 분통 터지는 건 또 있다. 지난해 국내 4대 메이저 정유사 직원들은 월급의 300%에서 최고 1000%까지의 성과급을 받았다. 근로자 평균 연봉이 8000만원대라는 정유사들이 엄청난 이득을 취하면서 고통 분담을 하지 않는 이유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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