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의회 예산조사특위가 남긴 것
청주시의회 예산조사특위가 남긴 것
  • 한인섭 기자
  • 승인 2011.02.20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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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한인섭 사회부장

청주시의회 예산에관한행정사무조사특별위원회의 2010년 예산 부풀리기 의혹 조사가 감사원 감사 청구로 가닥이 잡혔다. 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일부 사안은 검찰 고발 가능성도 점쳐진다. 지난 17일 11차 회의를 끝으로 막을 내려 일단락된 의회 조사특위는 보고서 채택과 본회의 의결, 감사원 감사 청구에 수반할 행정절차로 이어질 전망이다. 예산편성과 심의를 통해 이미 의회 의결을 받았던 사안이라 감사 청구 대상이냐는 논란이 막판에 제기됐지만, 어떤 형태로든 감사나 검찰 고발 절차는 충분히 예견된다.

특위 활동이 마무리되자 논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200억원대 세입 부풀리기 경위와 회계규칙 위반, 일부 선심성 예산 지원과 절차 하자로 요약되는 그간의 성과는 논란 초기 대부분 드러난 사실들이어서 새롭지는 않다. 다만 의회 조사를 통해 구체화되고, 공식화했다는 정도의 의미를 지닐 수 있다. 원인 역시 7~8급 직원들의 실무적 판단이었다는 대답만 나왔고, 조사에 앞서 우려됐던 부분이다. 의회 조사 특위 활동은 민주당 중심으로 이뤄져 정당 간 대결구도로 치부되기 십상인 점도 한계였다.

하지만 의회가 '2010년 청주시 예산 부풀리기 의혹과 재정난 조사'에 나선 직접적 '동인(動因)'은 공직내부의 문제의식이었다고 확언할 수 있다.

446억원에 달했던 2010년 잉여금 추계액 펑크와 이자수입 등 세외수입 감소, 185억원의 지방채 발행 등 전례없는 예산구조로 빚어진 2011년의 재정난을 가장 먼저 감지했던 것은 실무를 수행하는 6급~7급 직원들이었다. 2737억원대에 달했던 2010년 자체사업비 규모가 1100억원대로 줄어들어 신규사업은 고사하고, 대폭적인 사업량 감소와 경상비 감액 국면을 맞았던 직원들은 황당했던 것이다. 원인규명 필요성이 대두돼 조사특위와 감사원 감사 청구라는 국면까지 이어졌다. 그런데 의회 조사권 발동은 낯설어 반감이 있었고, 피로감을 준 것도 사실이었다. 결과 역시 속시원한 게 없다. 감사로 이어져 장기화되는 것도 의회나 집행부나 부담스러운 사안일 수 있다.

그럼에도 의미를 찾는다면 '예산에 대한 오만한 접근'이 가져온 결과를 목도했다는 점 아닌가 싶다. 선거를 겨냥한 정치적 목적이었든 예산 책임자들의 추계 실수 또는 '오버'였든 집행부나 의회가 몇 달째 몸살을 앓아야 했지 않나. 세금을 걷는 일이나 사업에 편성하는 것이나 '희소가치'를 적절히 배분하는 일인데 그렇지 않아 현재 국면을 맞은 것은 분명하다. 교과서적으로 접근한다면 정치는 결국 '희소가치의 분배'이다. 정치와 맞닿아 있는 행정도 마찬가지인데, 이번 일은 '실체없는 과잉 분배'이자 '허상'에 집착한 결과나 다름없다. 공직내부와 의회, 관심 있는 시민들은 예산 문제에 대해 어찌 접근해야 할지 새삼 인식할 수 있었고, 소득이라면 소득이다. 적어도 재발방지 효과는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이번 국면에 대처하는 남상우 전 시장의 태도 역시 짚지 않을 수 없다. 결과적으로 현 시장과 당시 예산을 의결한 의회가 사과하고, 반성할 일이라는 그의 답변은 '오기'에 지나지 않는다. 누가 봐도 고개 끄덕일 내용이 아니다.

적어도 이슬처럼 증발한 '예산 1조원 시대'에 대해 최소한의 송구함이나, 이래저래 성가신 일을 겪고 있는 직원에 대한 언급은 있어야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조사특위에 힘을 보탠 꼴이 됐고, 원인규명이 왜 필요한지 보여준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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