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문 튼 박근혜와 정국
말문 튼 박근혜와 정국
  • 남경훈 기자
  • 승인 2011.02.16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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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남경훈 편집부국장

박근혜 전 대표가 70여일만에 말문을 텄다. 16일'국회를 빛낸 바른 언어상' 수상식에 참석차 국회 귀빈식당을 찾은 자리에서 였다.

과학비즈니스벨트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책임져야 할 일", 동남권 신공항 문제는 "대선공약으로 약속한 것으로 정부에서 그에 대한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짧게 답변했다. 개헌은 "당 지도부에서 논의할 일"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역시 단답형으로 간결했다.

2011년 한국사회는 복지논쟁을 시작으로 개헌,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신공항 선정 등 숱한 논란속에 빠져들고 있다. 거의 모든 정치인들이 이런 이슈에 대해 이야기를 쏟아낼 때 박 전 대표는 그동안'침묵모드'였다.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키포인트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 복지 정책을 놓고 정치권은 복잡하게 돌아갔다.

그중 관심이 한국형 복지구상인'박근혜표 복지'였다.

이를 놓고 민주당 정세균 최고위원은"박근혜 복지론의 출발점이자 명분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언이 복지국가였다는 것인데, 저임금이나 노동 탄압의 궁극적인 목표가 복지였다는 것은 견강부회"라고 꼬집었고, 전병헌 정책위의장은"상표는 있는데 상품은 없다"며 구체적인 내용 제시를 촉구했다. 참여정부에서 사회정책 수석을 지낸 김용익 서울대 의대 교수는"한국형 복지국가 구상을 자세히 뜯어보면 이는 오히려 노무현 정부가 추진했던 '비전 2030'과 놀랍도록 일치하는 구상"이라는 주장을 내놓기도했다.

또 정몽준 전 대표는 미래나 비전에 관해 얘기할 능력이 떨어지면서 다들 복지에 뛰어드는 것에 대해 우려를 하게 된다는 입장을 피력하기도했다.

원래 이 논쟁은 민주당이 내놓은 '3+1(무상급식, 무상의료, 무상보육+반값 등록금)복지'부터 출발했으나 관심은 온통 박근혜 복지로 돌아가 버렸다.

이는 개헌문제에서도 마찬가지다.

친이 계인 이재오 특임장관은 "대통령 선거가 2년 남았는데 대통령이 다 된 것처럼 일하는 것은 국민을 피곤하게 한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 발언이 박 전 대표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이 발언은 박 전 대표가 개헌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고 세몰이에만 정신을 쏟는다는 비판으로 해석됐다.

중앙정치권이 이런 논쟁에 휘말려 있는 사이 지역에서도 박 전대표의 입을 주시하고 있었다.

세종시 원안에 단맛을 본 충청권은 현안인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에 대한 그의 입장을, 경상도는 부산과 대구경북이 신공항 입지를 둘러싸고 박 전 대표의 의중을 예의주시했던 것이다.

그러던중 말문을 열었던 것이다.

돌이켜보면 박 전 대표는 원래부터 말을 아끼기로 유명했다. 2006년 지방선거 유세 당시의 "대전은요" 발언과 2007년 노무현 대통령 개헌 추진 당시의 "참 나쁜 대통령" 발언은 박 전 대표의 발언 스타일을 나타내는 대표적 사례다. 또 세종시 원안에 대해서도 몇마디 안했었다.

이에대해 논객들은'박근혜 현상'이라는 책에서 "박 전 대표의 발언은 마치 한 편의 하이쿠(일본 고유의 짧은 시로, 해학적이고 응축된 어휘로 인정(人情)과 사물의 기미(機微)를 재치 있게 표현하는 시가문학의 한 장르)를 보는 것 같다"며 "진정성의 정치와 포퓰리즘을 잘 융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정치인은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한다'고 믿는 정치 혐오 풍조 속에서 그가 신뢰의 정치인으로 거듭날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있다. 또 박근혜의 신중함은 미래의 불확실성으로 불안감에 젖어있는 국민에게 위로와 신뢰를 준다고 평가하고 있다.

'수첩공주' 박 전 대표가 이번 발언을 시작으로 또 어떤'약속수첩'을 꺼낼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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