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원… 청렴
3만원… 청렴
  • 안병권 기자
  • 승인 2011.02.13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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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안병권 부국장(당진)

지난 8일 국민권익위(위원장 김영란)가 대통령에게 '고위 공직자 중심 반부패 청렴성 강화 추진계획'을 보고했다. 직무 관련자로부터 3만원 범위를 벗어나는 선물을 받으면 안 된다는 게 골자다. 인사철인 요즘 흔히 주고 받는 난 화분은 최소 5만원 이상이다.

'1인당 3만원' 규정은 지난 2003년 부패방지위(현 국민권익위)에서 공무원 행동 강령을 제정할 당시 나왔다. 국민과 공무원을 상대로 설문조사, 공개 토론회 등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통상적인 범위' 내로 정한 것이다. 이를 두고 뇌물과 선물의 경계선이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권익위는 선물의 가이드라인에 대해 "하급자가 관리 감독을 받는 상급자에게 주는 향응 차원의 금품을 막자는 취지"라고 설명하지만 축하 인사가 음성화될 여지는 남아 있다.

승진이나 자리 이동 시 인사를 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화환이나 축하 난은 5만원 정도로 큰 부담 없이 나눌 수 있는 성의로 여겨진 때문이다.

공무원 행동강령 제14조는 3만원 이상의 금전이나 선물·향응 등을 받으면 견책 등 징계처분을 받게 돼 있지만 적발사례가 거의 없는 등 실제로는 사문화된 상태다.

문제가 된 경우는 상식을 벗어난 고가의 유무형 선물이 대부분이다. 일반적인 난 화분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정성인데 뇌물로 간주되는 것은 전시행정의 단면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승진 자체는 공직자로서, 개인으로 볼 때도 영광이다. 현재 사회통념이나 물가를 고려할 때 공직자 부정부패의 잣대를 3만원으로 선을 긋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은밀하게 음지에서 주고 받는 케이크나 사과상자보다는 금액도 금액이지만 난 선물은 사무실에서 공개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음지에서 주고 받는 선물은 탈이 생기게 마련이다.

인사철에 인정으로 주고 받는 난 화분을 지나치게 금액으로 계량화하는 것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 권익위는 기준 액수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대해 관례적인 선물 개념과 물가 현실과 맞지 않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금액 조정 필요성을 일축하고 있다.

일부 부정한 공직자들의 기강을 확립하는 데 난이 도마 위에 오르자 화훼농가 관계자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은 당연하다.

이들은 농림수산식품부가 화훼산업을 국가 기간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생산기반과 꽃소비 촉진대회까지 하는 마당에 권익위의 반부패 청렴성 강화 추진계획 중 난 관련조항의 삭제를 요구했다.

농림식품부는 "화훼농가를 지원하는 부처로서 배달되는 난을 막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우선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계산으로 이 같은 난센스는 없다. 이는 화훼농의 반발을 임시방편으로 막아보자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권익위는 공직자가 모든 경우에 화훼 품목을 선물로 받아서는 안 되는 것으로 오해할 가능성이 있는 데다 화훼업계의 민원이 제기되자 11일 "공무원이 직무 관련성이 없는 상대방(친구, 친지 등)과는 언제든지 난 화분 등을 주고 받을 수 있다"고 해명하고 나섰다.

권익위는 올해부터 고위 공직자 개인별 청렴도를 측정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공정사회' 화두와 인사청문회 등을 통해 공직자에 대한 국민의 윤리적 기대수준이 크게 상승했지만 실제로 국민들이 느끼는 청렴 체감지수는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청렴의 잣대 기준이 사람과 때에 따라서 달라져서는 안 된다. 성품과 행실이 높고 맑으며, 탐욕이 없는 청렴의 의미를 난 화분 파문을 겪으면서 다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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