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보의 집과 땅
운보의 집과 땅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1.02.07 2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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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연지민 교육문화부장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잊혔던 청원군 운보의 집이 다시 시선을 집중시켰다.

운보와 사람들 소유의 땅이었던 주차장을 비롯한 편의시설, 아트숍 부지가 법원 경매로 나왔기 때문이다. 운보문화재단이 부지 경매에 나설 경우 그동안 침체되었던 운보의 집이 다시 활기를 되찾을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됐다.

하지만 법원 경매에 붙여진 부지는 마지막 경매에서도 유찰로 끝나 지역 문화예술인들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유찰로 끝난 경매지만 이 부지는 운보의 집이 비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한 주 요인이었다. 당시 '운보와 사람들'이 부도나면서 타인에게 넘어간 이 부지는 소유권 문제로 대두돼 운보의 집마저 타격을 입었다.

새로운 부지 소유자는 주차장 일부를 막고, 편의시설과 아트숍 운영을 중지했고, 운보문화재단 역시 재정난으로 표류하며 관람객들의 발길마저 뚝 끊기게 되었다.

이에 2006년 지역 문화예술인들은 운보의집 정상화대책위원회를 구성해 관에 대책 마련을 요구했고, 운보문화재단 황인연 후원회장은 거액 투자로 정상화에 나서겠다고 표명했다. 이후 지역 문화예술계와 운보문화재단과의 이견과 갈등이 속출하며 또다시 운보의 집 정상화가 멀어지는 듯했다.

결국 중앙정부와 도가 나서 문제 해결에 나섰고, 관선이사 파견과 새로운 이사진 구성 등으로 봉합하며 운보의 집 사태는 마무리되었다. 5년간의 지루한 사태 속에 운보의 집은 '운보'의 명성만 근근이 유지해 온 셈이었다.

그러던 차에 올 초, 문제의 부지가 경매에 나오자 이 땅을 운보문화재단의 황인연 회장이 매입에 나설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애초 100억대의 투자를 호언했던 황 회장이었으니 유찰 후 매입하지 않겠는가 하는 낙관적 견해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더구나 부지에 포함된 편의시설과 아트숍은 수익을 올릴 수 있어 운보의 집 활성화가 가시화될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황 회장은 경매에 참여하지 않았다. 10억이란 낙찰가에 대한 부담이 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마지막 경매도 유찰돼 모처럼 찾아온 기회도 사라졌다.

예산이 투입되는 문제니 왜 낙찰 받지 않았느냐고 따질 수야 없지만, 과연 운보의 집이 정상화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지 생각지 않을 수 없다. 운보 선생의 마지막 삶터였던 이곳이 어떻게 운영되고, 그의 예술혼이 어떻게 이곳에서 전승돼야 하는지 말이다.

현재 운보의 집은 운보문화재단 황인연 후원회장과 6인으로 구성된 이사회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아직 옛 명성을 되찾지는 못했지만 운보의 집에는 황 회장이 분재와 수석으로 공원을 조성해 놓았고 미술관도 개관했다. 이제 겨우 문을 열고 손님을 맞이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 상황에선 운보의 집이 가동되고 있다는 데 나름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듯하다.

이사로 참여하고 있는 김동연 청주예총 회장은 누가 하든지 돈이 있는 사람이 맡아 운보의 집을 활성화해야 된다고 말한다. 일이 잘될 수 있도록 지역의 어른들이 중지를 모아야 한다는 게 김 회장의 생각이다. 여론 정치보다는 대의명분을 갖고 모든 일이 매끄럽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중재하는 자신의 소임을 전하기도 했다.

맞는 말이다. 대의명분에 맞게 잘 운영돼야 하는 게 우선이다. 여기에 운보의 집이 내포한 가치까지 존중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투자만이 아닌 문화예술의 진정성도 보여주는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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