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되는 레임덕
우려되는 레임덕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1.02.06 21: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부국장 (천안)

당신 이제 거물 됐던데 진위가 아직 밝혀지진 않았지만 대통령이 집권 여당, 한나라당의 대표에게 던졌다는 말과 행동이 정가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조선일보가 최근 당·청이 발칵 뒤집힐 가십성 기사를 올렸다. 지난달 23일 서울 삼청동 안가에서 있었던 당·청 수뇌부 회동에 대한 뉴스다.

2일 자 인터넷판에서 이 신문은 여권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대통령이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에게 이 말을 하며)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 자신의 할 말만 하고 자리를 일어섰다.'라고 전했다.

사실이라면 국민에 의해 심판받은 것과 다름없는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의 낙마를 안상수 대표의 잘못으로 지적하고 이 말을 한 것으로 보인다. 만찬 자리는 싸늘한 분위기였다고 한다.

대통령이 불같이 화를 낸 상황에 참석자들이 좌불안석, '보통 일이 아니구나'라고 생각했으며, 달래는 데 애를 먹었다는 정황도 전달됐다.

조선일보의 뉴스를 타 언론들이 그대로 전하면서 파문이 커질 조짐을 보이자 당·청이 뒤늦게 수습하는 모양새다. 참석자들이 그런 게 아니라고 부인을 하고 있지만, 지면에 옮겨진 그들의 언급들을 되새기면 어느 정도 불편했던 상황이었던 것은 맞는 것 같다.

김무성 원내대표가 '앞으로 잘하겠다. 빨리 (화를) 풀어줘서 고맙다.'라고 (대통령에게) 말했다." "안 대표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듣기만 한 것을 가지고 이상하다는 말이 나올 수 있다." 등의 언급이 기사화됐다. 그날 만찬은 이명박 대통령이 당 수뇌부를 초대해 서먹했던 당·청 관계를 복원하기 위한 자리였다. 그런데 이런 뉴스가 터져 나왔다. 앞서 지난달 회동 직후 안상수 대표와 청와대를 겨냥,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뭔가 잘못한 초등학생이 담임 선생님에게 용서를 비는 것 같다."라고 비난했는데, 박 원내대표가 또다시 뭐라고 '독설'을 퍼부을까 궁금하다.

레임덕이, 그 현상이 시작되는 게 아닌가 심각하게 우려된다. 대통령이 마련한 만찬 자리에서 있었던 당·청 수뇌부의 얘기들이 거침없이 바깥으로 새어나오고 있다.

일국의 통치권자가 여당의 대표를 만나 화를 내며 '당신, 거물 됐던데'라고 말하고, 자신의 말만 하고 '나 이제 피곤하니 먼저 가겠다.'라고 일어서는 '예의없는' 상황이 그대로 국민에게 전달됐다. 진위를 떠나 예전 같으면 '언감생심'아닌가. 누가 '목숨 걸고' 바깥에 일부러 흘리지 않는 이상 새어나갈 말은 아니다. 만약 이게 사실이었다면 화가 잔뜩 나서 가볍게, 안하무인격으로 행동한 처신에 국민은 낙담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은 지난 1일 신년 좌담회에서 충청인들에게 꽤 충격적인 식언을 했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에 대해 사실상의 백지화를 선언했다.

대담자가 '과학벨트의 충청권 유치가 대선 공약이 아니었느냐'는 질문을 하자, '공약집에 있는 것은 아니다. 선거 유세에서 충청도에 표를 얻으려고 관심이 많았다'고 말했다. 과학벨트의 충청권 유치가 한나라당의 대선, 총선 공약이었는데도 놀랍게도 이를 전혀 모르는 듯 말했다.

일부러 모른 척하는 건지, 정말 몰랐는지 답답하다.

몰랐다면 상황이 더 심각하다. 신년 좌담회에 나가는 대통령에게 그게 공약이었다고, 공약집에 나와있다고 조언을 해 주지 않는 참모들. 미리 받아든 질문내용을 파악하고도 올바른 대처 방법을 알려주지 못하는 정책 보좌진들.

이건 잘못하시는 겁니다."라고 얘기해 주는 이가 주변에 아무도 없는 대통령이 안쓰럽기만 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