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벨트와 설 민심
과학벨트와 설 민심
  • 충청타임즈
  • 승인 2011.01.26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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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남경훈 편집부국장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충청권 입지는 원래 2002년 노무현 후보의 공약이었다. 이어 2007년 이명박 후보가 구체적인 약속을 한 사안이다. 여기에 세종시 수정안 논란 때도 정부와 청와대는 과학벨트를 세종시 대안으로 흥정을 위해 내놓기도 했다. 이처럼 어느 누구도 과학벨트가 충청권 세종시를 중심으로 오는 것에 대해 이견이 없었던 것이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인프라가 갖춰지게 되면 그 지역에 주어지는 혜택이 아주 크다. 고용창출과 부가적인 산업발전 등이 파생된다. 눈앞에 놓인 떡이 크고 먹음직스러우면 서로 차지하려는 욕심을 부리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과열이 돼도 한참은 됐고,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든다. 경북·대구·울산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의 유치를 위한 영남권 3개 시·도 유치추진위원회를 출범시킨다고 한다.

최근 한나라당 지도부와의 회동에서는 TK 시도지사들이 '과학벨트 논의를 보며 굉장히 실망하고 좌절하고 있다. 정치권에서 TK(대구·경북)는 잊어버리고 있다'며 영남권 유치에 압박을 가했다.

사정은 당초 충청권 입지에 대한 당론을 냈던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강운태 광주시장은 '국가 백년대계 차원에서 보면 호남권에 유치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는 견해를 보였다. 또 광주권 국회의원들이 광주·전남 유치를 위해 과학벨트 육성 특별법안을 발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 충청권 당협위원장들은 회동을 갖고 충청권 유치에 합의를 했다.

이쯤되면 정치권 갈등이 아닌 지역 간 갈등으로 논란이 변질된 것이다.

지역 이익을 놓고는 여야 구분이 없다.

과학벨트가 세종시에 입주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자 역사적인 순리다. 왜냐하면 대통령이 국민 앞에 선언한 약속이기 때문이다. 또 대한민국 과학의 요람인 대덕연구단지와 세종시, 의료복합단지인 오송과 오창으로 이어지는 입지조건과 인적자원의 교류 등은 어느 모로 보나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럼에도 팔도가 너도나도 뛰어드는 과학벨트 유치전은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정부는 이처럼 현안이 팽팽하게 접점을 찾지 못할 때 나눠주기식 방법을 택해 왔다. 지난해 첨단의료복합단지 선정이 대표적인 사례다.

오송은 정부가 애초부터 작심하고 세계적인 의료단지로 조성하기 위해 수년 동안 노력해 오던 곳이다. 결국 TK가 뒤늦게 가세하면서 양분됐다. 재단이 출범했고 기능이 분산됐음에도 일부 이전 기관을 빼가려는 시도는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그동안 정치인들의 공약은 빌 공(空) 자 공약(空約)으로 비유돼 왔다. 이는 이행하는 공약이 매우 드물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약이 장소라는 공간 이동을 통해 이행되는 것을 이번에 처음보는 일은 아닌지 우려된다.

정부는 26일 담화문을 통해 설을 앞두고 구제역 확산에 따른 민족이동 자제를 당부했다.

충청권은 국토의 한가운데에서 구제역으로 피해가 가장 큰 지역이 됐다. 구제역 때문에 귀향을 포기하는 도시민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고향에 가든 못 가든 구제역 농심은 흉흉하다.

여기에 과학벨트 민심까지 가세될 경우 여론의 풍향계는 어디로 튈지 장담키 어렵다. 명절 여론은 큰 선거마다 고비가 됐다.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넘어서지 못했던 이명박 대통령이 2006년 추석을 지나며 1위가 됐고, 2007년 설 연휴 이후 '대세'를 굳힌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설 연휴 때 청와대가 세종시 여론의 반전을 노렸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올해 설 명절 여론은 그래서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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