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경 3km내 매몰, 이게 최선입니까
반경 3km내 매몰, 이게 최선입니까
  • 석재동 기자
  • 승인 2011.01.20 21: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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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농가 "소·돼지 씨를 말리겠다" 탄식
뒤늦은 백신접종 등 대처방법 문제점 지적

구제역이 '재앙' 수준이다. 그렇지만 기승을 부린 구제역이 이제 잡혀가는 형국이다. 그러나 이번에 창궐한 구제역과 관련해 대처방법 등 여러가지 문제점이 있었다는 목소리도 비등하다.

뒤늦게 선별 매몰로 가닥을 잡았지만 일단 구제역발생농가 반경 500m~3km내 소와 돼지, 사슴, 염소 등은 감염여부와 상관없이 모조리 매몰처리했다. 치사율도 낮고 인간에게 위해가 없는 질병임에도, 구제역 발생 족족 가축을 매몰처리하는 이유는 상품성저하와 높은 전염성때문이다.

가축을 잃은 축산 농가에선 "더 파묻을 땅도 없다"는 탄식이 나오고, 실제 엄청난 규모의 살처분으로 돼지의 경우 안락사 없이 생매장되는 일이 부지기수다. 축산인들 사이에선 "구제역 잡다가 소·돼지 씨를 말리겠다"는 탄식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뒤늦은 백신 접종도 문제였다. 정부가 백신 도입을 꺼린 가장 큰 이유는 국제수역사무국(OIE)이 부여하는 '구제역 청정국 지위' 유지 때문이었다. 정부와 충북도는 일단 백신을 접종하면 다시 구제역 청정국으로 회복되는 데 6개월~1여 년의 시간이 소모돼 이를 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제역 청정국의 지위를 잃으면 육류 수출에 차질이 생길 뿐만 아니라, 세계무역기구(WTO)의 '동등성 원칙'에 따라 다른 구제역 발생 국가가 우리 정부에 자국산 육류에 대한 수입 허용을 요구할 때 협상에 차질이 생긴다는 것이 그 이유다.

비판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살처분은 구제역이 발생하면 일반적으로 진행하는 가장 빠른 초동 방역 조치지만, 문제는 이 같은 매몰 처분이 한계에 부딪쳤을 때 어느 시점에서 백신 접종에 들어가야 한다는 구체적인 매뉴얼이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광범위하게 시행된 '예방적 살처분'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예방적 살처분은 구제역이 국지적인 수준에 머물렀을 때는 효과적인 방역이 될 수 있지만, 지금처럼 구제역이 전국 각지에서 출몰하는 상황에선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효과적인 차단 방역을 위해선 축산농가의 노력 외에도 구제역 발생 상황에서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는 방역시스템의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례로 영국은 2001년 구제역 발생을 계기로 살처분을 고수하던 기존의 정책을 전환, 백신 접종을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2006년엔 '구제역 비상계획'을 만들어 백신 접종 여부에 대한 세부적인 매뉴얼을 법률로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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