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사자성어(四字成語)
새해 사자성어(四字成語)
  • 남경훈 기자
  • 승인 2011.01.04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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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남경훈 편집부국장

아이폰과 태블릿 PC가 가져다 준 정보기술(IT)의 혁명 속에서도 수만년을 이어져 내려온 역사와 문화가 주는 교훈은 여전히 유효한 것 같다.

신묘년 새해를 맞아 각 기관단체마다 이번 주 내내 시무식이 이어지면서 한 해를 전망하고 마음을 다잡는 의미에서 내놓고 있는 '사자성어(四字成語)'를 보면 이런 생각은 더 분명해 진다. 사자성어는 주로 정치인들이 사용했다. 한자에는 소리글로 표현할 수 없는 압축미가 있고, 속내를 쉽게 내보이지 않으려는 직업적인 특성 때문인지 정치인들의 사자성어는 항상 관심거리였다.

특히 통치권자의 사자성어는 국민들의 눈을 끌게 마련이었다.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은 정초 때마다 붓으로 직접 쓴 네 글자의 신년휘호를 발표했다. 요즘 성어들과는 차이가 많은 '혁명완수나 근면검소 유비무환 국력배양 국론통일'처럼 실용적 구호들이었다. 서예를 즐겼던 김영삼 전 대통령도 매년 새해 아침 신년휘호를 내놓았다. 그중 '대도무문(大道無門)'은 기억에 남는다.

청와대는 올해 '일기가성(一氣呵成)'을 내놓았다. 일을 단숨에 매끄럽게 해낸다는 뜻이다. 국운융성의 절호의 기회를 맞아 국민이 단합해 선진국 문턱을 막힘없이 넘어가자는 기원을 담았다고 한다. 신년 연설에서도 이 대통령은 기회가 왔을 때 단숨에 선진국에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이런 세간의 관심은 지식층인 교수들이 연말연시에 발표하는 사자성어에 집중됐다.

교수들은 올해의 바람을 담은 사자성어로 '백성이 귀하고 임금은 가볍다'는 의미의 '민귀군경(民貴君輕)'을 뽑았다. 민귀군경은 '맹자'의 '진심' 편에 나오는 '백성이 존귀하고 사직은 그다음이며 임금은 가볍다'는 구절에서 유래한 성어다.

민귀군경을 택한 교수들은 새 정부가 들어선 이래 관권이 인권 위에 군림하고, 부자가 빈자 위에 군림하며, 힘센 자가 힘없는 자를 핍박하는 불행한 사태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고 현 정권을 질타하고 있다. 청와대가 내놓은 사자성어와는 분명히 온도 차를 느끼는 대목이다. 어떻게 보면 현 정권에 대한 강한 경고의 메시지로도 보인다. 우리 지역에서도 한 해 동안 눈여겨보아도 좋은 사자성어가 줄을 잇고 있다.

이시종 지사는 오송탱천(五松撑天)으로 정했다. 이 지사는 '오송(五松)은 대한민국의 100년 젖줄'이란 표현을 곧잘 썼다. '오송의 정기와 기운이 하늘을 찌른다'는 의미의 조어를 선택했다. 충북이 국토의 중심에서 실질적인 대한민국의 중심으로 도약할 것이란 희망과 기대를 함축한 것으로 읽힌다.

이기용 교육감은 학여불급(學如不及)이라 했다. 학문은 미치지 못함과 같으니, 쉬지 말고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다. 교육계 수장다운 성어다. 이런 사자성어를 중심으로 하는 정치인 휘호는 미술시장에서 새로운 블루칩으로 떠오르기도 한다.

지난달에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지난 1990년에 쓴 휘호 '陽春布德澤 萬物生光輝(양춘포덕택 만물생광휘: 따뜻한 봄기운이 은덕과 혜택을 베풀어 모든 생물이 화려하게 빛난다)'가 경매시장에서 2000만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이희호 여사의 휘호인 '경천애인(敬天愛人:하늘을 공경하고 사람을 사랑한다는 뜻)'은 150만원에서 시작해 360만원에 낙찰됐다. 새해 사자성어들은 현대인들에게 자연과 역사, 인간에 내재한 진리와 교훈을 일깨워주는 데 도움이 된다. 한자의 지식은 사고를 깊게 만들고 고사의 이해는 통찰력을 높여준다. 또 풍부한 어휘능력은 표현력을 키워준다. 신조어를 익히는 것만큼 사자성어를 제대로 사용하는 습관도 중요하다.

올해만큼은 마음속에 담아두고 실천에 옮길 사자성어 하나쯤 가져보는 것도 괜찮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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