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전에 날개 단 불통시대
속도전에 날개 단 불통시대
  • 충청타임즈
  • 승인 2011.01.03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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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연지민 <교육문화부장>

참 빠르다. 세상이 참 빠르게 변하고 있다. 지구촌이라는 말이 실감날 만큼 세계 곳곳의 사건과 이야기가 안방으로 전해진다. 지구 사람들이 마을화되며 하나의 공동체가 되어가는 느낌이다.

지구의 지리적 거리감마저 없애는 것은 바로 인터넷이다. 클릭 하나로 전 세계가 안방으로 몰려 들어온다.

정보의 홍수니, 보장없는 사생활이니 해도 거부할 수 없는 인터넷 세상으로 더 깊숙히 빠져들어간다. 인터넷이 있는 곳이면 혼자서도 외롭지 않은 시대가 된 것이다.

이런 일이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라지만, 2011년을 맞은 새해 벽두는 더 없이 빠름을 실감하게 했다.

인터넷의 대중화에 이어 스마트폰을 필두로 휴대 전화로 옮겨간 매체의 변화는 더 이상 아날로그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가족들마다 스마트폰이다 아이폰이다 하는 것이 손에 들려있는 걸 보면. 이제 휴대 전화 하나만 있으면 인터넷의 각종 카페와 뉴스를 검색하고 친구들의 일정까지도 알 수 있다.

책도 영화도 음악도 네모난 창 속에서 만날 수 있다. 약속 장소를 정해 만났던 친구도 아무때나 트위터니 페이스북으로 만날 수 있다.

단단했던 국가의 경계도, 사람과 사람 간의 울타리도, 보이지 않는 세상의 경계도 망으로 인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시공을 초월한 지구촌 세상이 손바닥 안에서 열렸다 접혔다 하니 그야말로 속도전에 날개를 달았다고나 할까.

급격한 변화에서 가장 당황스러운 세대는 당연히 아날로그 세대이다.

걸고 받는 데만 익숙했던 전화기가 현대인의 필수품이 되었으니 아날로그 세대들은 말을 갈아타야 할지, 버텨야 할지 난감하다. 뒤처질 수 없다고 덥석 스마트폰을 구입하기도 어렵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그 많은 사용법을 언제 터득해 효율적으로 사용할지도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이래 저래 망설이는 사이 날개 단 문명의 속도에서 점점 멀어져간다.

그러나 빠르고 편리한 문명의 이면에서 우리의 모습은 어떤가. 집에서도 식구마다 컴퓨터를 하나씩 끌어안고 있는 일은 다반사다. 가족이 무릎을 맞대고 앉아 도란도란 말을 건네는 일도 생경스러울 정도다.

그런가 하면 혹여 전화기라도 두고 나오면 안절부절못한다. 손에 들려있어도 오랫동안 전화벨이 울리지 않으면 불안하다. 버스를 타도 다들 고개 숙이고 전화기에 열중하고 있다. 뭔가 허전한 사람처럼 열심히 전화기를 뒤지는 사람들의 모습도 흔히 볼 수 있다.

또한 길거리에서도 누군가에게 길을 물을 일도 별로 없다. 길을 안내해 주는 내비게이션이 어디건 알아서 척척 안내해 준다.

차 문을 내리고 굳이 시골 촌로의 어설픈 말을 듣지 않아도 된다. 목적지만 가면 되는 생활이 일상화되고 있다.

지난 1~2년은 '소통'이 화두였다. 그만큼 우리 사회의 불통을 확인해 주는 코드였다고 본다.

하나, 소통과 불통의 경계는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만 얼굴 마주하면 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실은 개별화되어가고 있고, 보이지 않는 세상이 경계를 허무는 사이, 보이는 세상에선 담벼락 같은 높다란 경계가 사람과의 단절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보시대를 살아가면서 매체를 외면할 수 없다. 하지만 불통을 극복할 만한 개인의 불편함도 한 번쯤 생각해야 할 시점이다.

이따금 시골 촌로의 구성진 말이 그리워지는 것도 소통에 대한 갈증임을 자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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