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립예술단 사태' 결자해지(結者解之)는 없나
도립예술단 사태' 결자해지(結者解之)는 없나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12.29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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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한인섭 <사회부장>

가짜 석사학위 논란과 초등학생 불법레슨 사실이 밝혀져 불명예 퇴진으로 치달은 '충북도립오케스트라 지휘자 임명 파문'은 감추고 싶은 '충북의 탁(濁)한 면을 드러낸 사건이 아닌가 싶다. 1년여 시간이 경과한 요즘엔 충북도 핵심관계자조차 "왜 그랬는지 이해할 수 없다"할 정도의 사안이 됐다. 상식으로 접근하면 쉽고 간단한데 일이 왜 이렇게 장기화됐는지는 반드시 되짚어 봐야 할 일이 아닌가 싶다.

충북도립오케스트라 예술감독 겸 지휘자 임명 논란은 아다시피 정우택 전 지사의 '개인레슨' 인연과 인척관계였던 문화예술과장의 행정행위가 적절했는지 여부가 논란의 단초를 제공했다. 정실인사라는 점이다.

핵심 쟁점은 응모자격으로 제시된 석사학위였다. 현지 3주 교육과 불법교습으로 받았다는 불가리아 소피아음악원 이수증이 '과연 석사학위냐'진위를 다투는 것이었다. 바꾸어 말하면 무자격자 임명 논란이다.

이 점에 대해 도지사 의중을 헤아린 행정조직은 사안의 '진실'과 별개로 일사불란하게 임명을 강행했다. 심지어 이승훈 전 정무부지사는 '전문석사학위'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다. 전화 한 통 정도로 성격을 잘 알았을 법한 문화예술계 대표적 인사와 시민사회단체 일부 인사는 '불공정 국면'을 더욱 부채질했고, 충북도는 십분 활용했다.

김승환 전 충북민예총회장(충북대 교수)은 2009년 3월 5일자 모 신문에 게재한 칼럼을 통해 "문제의 소지가 없지 않으나 일단 인정하자. 석사학위에 해당한다고 보는지는 음악계가 판단해야 할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2007년 1월 정 전 지사가 개방형 직위 충북도 복지여성국장을 임명하자 공모조건과 별개였던 박사학위 표절 문제가 불거져 결국 당사자가 6개월 만에 사퇴한 일이 있었고, 이 때 장문의 '사퇴권고문'을 썼던 김 교수의 달라진 태도는 참으로 의외였다.

비판과 비난을 무릅쓰겠다는 전제를 달았던 그는 "묵시적으로 동의·추천했다는 충북예총 문상욱 회장이 입장을 밝히는 게 도리다. 언론에 거론된 인사과정의 문제는 예술계에서 논의하기 무리여서 일단 유보하기로 한다"고 언급했다.

10일 후 문 회장은 "도립예술단이 정상적으로 창단되려면 일단 지휘자를 인정하자. 이번 사안에 대해 좀 너그럽게 대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대승적 차원에서 충북도 입장을 수용하는 게 타당하다"는 취지의 입장을 발표했다.

문 회장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6월 지방선거에서는 정 전 지사 지지 성명서 발표라는 전례없는 일을 벌이지 않았나.

도정에 날을 세웠던 시민사회단체 대표와 예술계 수장의 '엄호사격'은 논란을 일시적으로 잠재울 수 있었지만, 사안이 지녔던 '에너지'는 주머니속 송곳처럼 다시 불거질 수밖에 없었다.

도지사와 이들의 '엄호'로 출범한 도립예술단은 어땠을까. 오 지휘자는 임명 직후부터 불법레슨(학원법위반)한 사실이 드러나 징계를 받았다. 지난 11월 초에는 단원 18명이 근무지 이탈(복무규정 위반)로 경고를 받았다. 단원 장악(통솔)이 안 돼 여러 차례 복무감찰을 고려했던 충북도의 조치였다. 지휘자의 '단원 장악'이 어떤 의미인지 음악계 아니라 알 만한 이들은 다 아는 사안이다. 상임단원(정원 32명)이 빠져나가 8명이 결원이다. 충청타임즈의 '불법레슨'과 '설 땅 잃은 동구권 유사학위'보도로 지휘자 재공모가 진행 중이다.

연간 10억원을 쓰는 도립예술단의 요즘 모습이다. 일을 이렇게 만든 당사자나 '엄호'에 나섰던 이들은 이런 상황을 어찌 볼까. 결자해지(結者解之)만 남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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