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계고 현장실습 취지는 先체험 실상은 중노동
실업계고 현장실습 취지는 先체험 실상은 중노동
  • 정봉길 기자
  • 승인 2010.12.19 21: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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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A고 하루 10시간 격무에 야간근무까지
학교·업체 "문제없다·모른다" 인권유린 심각

현장실습이라는 명목으로 한 학기 동안 기업체에 파견되는 대부분의 실업계 고등학생들이 중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실습을 나간 실업계 고교생들이 하루 10시간 이상 일하는 것은 물론 야간근무까지 한다는 것이다.

제천의 A고등학교에 따르면 A고교는 3년 전 제천 바이오밸리 내에 위치한 '일진글로벌'과 산학협력 관계를 맺은 뒤 매년 실습생을 보내고 있다.

이 학교 3학년 재학생 45명은 지난 8월부터 최근까지 이 회사 공장으로 현장실습을 나갔다.

고교생들은 오전 8시 출근, 오후 8시 퇴근하는 주간근무와 저녁 8시 출근, 다음날 오전 8시 퇴근하는 야간근무 중 하나를 선택해 근무했다.

학생들이 받는 급여는 1시간당 4110원~4150원 등 다양하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만18세 미만 근로자의 경우 야간 근무는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또 주간근무도 하루 7시간, 일주일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야간근무는 사용자와 청소년이 합의를 했다고 하더라도 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받도록 돼 있다.

하루에 12시간씩(2교대) 근무한 학생들이 일주일에 5일을 출근했다면 적어도 60시간 이상을 일한 셈이다.

이들은 실업계 고교 3학년 2학기 교과 과정상 학교에서 기업체로 파견된 학생 신분이다.

산업현장을 미리 경험하기 위해 졸업 전에 나가는 이 현장실습이 당초의 취지와는 달리 장시간 노동의 인권사각지대에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진글로벌'에서 수개월 동안 야간근무를 했던 B모군(18)은 "말만 학생일 뿐 근무 시간은 일반직원과 똑같다"면서 "최근 학생들이 야간에 근무하는 것이 불법이라는 소문이 퍼지자 회사가 한 달 전 실습생들을 주간으로 바꾸거나 일을 그만둘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 군은 이어 "이윤 추구만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에선 실습생들을 노동자로 대할 뿐 특별한 교육을 받기란 어렵다"며 직장체험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사정이 이런데도 학교 및 기업은 '모르쇠'로 일관해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학생들의 가슴을 멍들게 하고 있다.

학교측은 실습생의 부모와 회사와의 협의를 거쳐 현장실습을 내보내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학교측 한 관계자는 "원칙과 조건을 다 따지다 보면 현실적으로 실습을 내보낼 곳(회사)이 없다"면서 "대기업 또한 2교대를 한다"고 설명했다.

회사측 입장도 마찬가지다.

일진글로벌 관계자는 "일진글로벌 운영 시스템은 소 사장제로 운영되다 보니 실습생 채용부분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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