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치킨 공정거래위…
맥주 치킨 공정거래위…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0.12.15 22: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부국장 (천안)

우리나라 맥주 회사가 90개나 된다는 것을 아는가. 우리가 생각나는 건 두 개밖에 없는데. 얼마 전 한국주류산업협회가 국내 맥주회사의 수를 소규모 맥주 제조사 88개를 비롯하여 오비, 하이트맥주 등 총 90개라고 밝혀 우리를 놀라게 했다

알고 보니 제조사의 영업장에서 직접 마시는 고객에게만 판매가 허용되는 '하우스 맥주' 생산 회사를 포함한 것이라 한다. 시장에서 마음대로 사 먹을 수 없으니 소비자들이 알 리가 없다.

허가만 내놓았을 뿐 생산하는 곳도 거의 없다.

우리나라 맥주시장은 오비와 하이트가 양분한다. 시장 규모가 연간 3조5000억원인데 점유율은 44대 56으로 하이트가 조금 앞선다.

웃기는 건, 이 큰 시장을 단 두 회사가 나눠 먹고 있다는 점이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260여개의 맥주회사가 시장 경쟁을 하고 있는데 말이다.

일본은 전국에 걸쳐 다양하고 특색있는 맥주가 만들어져 서로 경쟁을 하며 맥주산업을 발전시켜가고 있다. 그런 토양에서 '아사히', '기린', '삿포로' 같은 명성 있는 맥주들이 세계 시장을 누비고 있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두 회사가 국내 시장에 안주해 소비자들 위에 군림하고 있다. 어떻게 된 게 맥주 값이 병맥주면 병맥주, 캔이면 캔, 생맥주면 생맥주 등 모두가 똑같다. 늘 그 나물에 그 밥이다.

하이트맥주의 지난해 결산 기록을 보면 전체 매출액 가운데 내수 시장이 95.5%를 차지했다. 생산된 맥주의 불과 4.5%만이 해외에서 소비됐다. 비율로 보아 이것도 그나마 국외 교포들을 대상으로 수출된 것이다.

세계 유명 맥주회사들과 달리 우리 맥주회사들만 안방에서 놀고 있다. 주변 편의점이나 슈퍼에서 하이네켄이나 버드와이저, 삿포로 맥주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지 않은가. 지금은 그나마 관세가 붙어 다행이지만 향후 진입장벽이 풀려 외국 맥주 값이 떨어지면 어쩌려나. 두 회사의 생존여부가 걸릴 문제다.

맥주사들만 나무랄 일도 아니다. 두 회사만 감싸 온 정부정책이 더 큰 문제다. 우리나라의 맥주 시장은 신생사의 진입을 원천 봉쇄해 왔다.

맥주회사를 차리려면 1850㎘의 발효조 시설을 갖춰야 했다. 500ml 맥주 370만병을 생산해야 하는 규모다. 사실상 중소기업들은 들어설 수가 없다. 그나마 올해 이 규제가 18분의 1(100㎘)로 완화됐다.

일본이 1994년에 맥주 시장의 규제를 풀어줬으니 우린 일본보다 16년이나 늦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내년에 국내 맥주시장에 '삼다수 맥주'라는 브랜드로 도전장을 낼 채비를 하고 있다니 이제 좀 색다른 맥주 맛 좀 보려나.

늦었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정신 차려야 한다. 오늘로 종지부를 찍은 롯데마트의 통큰치킨 사태를 되돌아보자. 이마트 피자와 함께 처음엔 재벌기업의 포식성에 분노했지만 이젠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의 가격담합 의혹에 눈총이 쏠리고 있다.

아니 어떻게 갑자기 만원 하던 치킨이 불과 2~3년 새 똑같이 1만6000원으로 뛰었나. 가격 담합은 막고, 풀어야 할 규제는 풀어주고, 그런 게 공정거래위의 역할이 아닌가. 꼭 문제가 발생해 여론이 들끓어야 움직인다.

참, 진입을 막아줘야 할 곳도 있다. 대기업이 뛰어든 막걸리 시장이다.

산업화, 해외 수출 등 명분도 좋지만, 재벌이 기존 업계를 '헤쳐 모여' 식으로 재편한다면 문제다. 당연히 방패가 돼 줘야 한다. 담합, 독과점,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시장 침탈, 이걸 막아야 상생이 가능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