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고향을 찾아서 <13>
작가의 고향을 찾아서 <13>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0.12.09 2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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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문·민병산, 목요일마다 연주회 감상"
지역원로 이승우옹 두 문인 기고글·추억담 공개

바둑 애호가로 신동문 침술·민병산 붓글씨 일품

지역문단 선구적 역할… 발자취 조명작업 필요

지역의 문학인을 조명하는 '작가의 발자취를 찾아' 10회와 11회에서 신동문 시인과 민병산 수필가를 조명한 바 있다.

1950년대 이후 지역 문단에 새로운 기류를 만들어 낸 두 문인에 대한 조명은 지인들에게 회자되는 시간이기도 했다.

충북에서 40여년의 공직 생활 후 퇴임한 지역 원로 이승우옹(전 충주시장)은 두 문인에 대한 기고글과 추억담을 들려줬다.

"신동문은 폐렴을 앓던 중 청주 중앙공원 옆에 있던 충북도립병원에 입원해 2년간 치료받은 적 있어요. 가난했던 신동문이 도립병원에 입원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이재하 병원장의 배려로 가능했습니다."

청주와 연을 닿은 신동문 시인은 1956년 '풍선기' 연작시가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주목을 받았다.

시인으로, 더구나 신춘문예 시인으로 신동문은 청주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고 한다.

"문인이란 타이틀도 없던 시대에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신동문 시인의 인기는 최고였지. 독보적인 존재였어요. 푸른문 문학에도 관여하고, 도에서 매주 목요일에 갖는 공연에도 민병산과 참석해 자리를 지켰어요."

이후 신동문은 중앙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다 절필하고 단양 애곡리로 거쳐를 옮긴다.

군사정권에 반감으로 절필 후 단양에 터를 잡았다. 이승우옹은 1975년 단양군수로 부임하며 다시 신동문과 재회하게 됐다고 한다.

"단양으로 내려와 농원도 하면서 침술로 주민들을 치료해 주었어요. 침을 잘 놓았거든. 하지만 침술로 돈을 받으면 의료행위가 되니까 주민들을 치료해 주고 노래 한 곡을 치료비로 받았어. 그래서 노래방 침쟁이라고 부르기도 했어요

신동문 시인은 바둑에도 고수였다. 문인들을 대상으로 열리는 바둑대회에서 우승하며 '문인국수'라고 칭하곤 했다

"제천시장으로 있을 때 신동문은 외출하다 돌아가는 길이면 시청에 들러서 바둑을 두고 갔어요. 바둑 수준이 둘이 비슷했는데 신동문은 절대 백돌을 넘겨주지 않았지. 고집이 아주 셌어요.(하하하)"

유난히 바둑을 즐겼던 신동문 시인과 이승우옹은 하루에 20판 정도를 둬야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고. 단양으로 가는 차도 끊긴 한밤중이 되어서야 단양 애곡리로 돌아갔다고 한다.

정부의 불만세력이었던 신동문 시인과 고위직 공무원이었던 이옹은 바둑 두는 동안 이념과 체제 이야기는 나눈 적이 없을 만큼 사로를 존중하는 사이였다.

이러한 바둑 애호가였던 인연은 이승우옹이 엮은 '바둑의 역사와 문화'에 기고로 참여해 글을 남겼다.

민병산 역시 '목요연주회'의 단골 멤버였다고 한다.

"충북의 최고 갑부였지. 민구관이라고 지금 성안길 우체국부터 중앙공원 옆이 다 민병산 집이었어요. 신동문과 친했던 민병산 역시 목요연주회 멤버였어요. 당시 공보실(옛 충북산업장려산) 2층에서 목요일마다 연주회를 듣는 시간을 만들었는데 청주의 웬만한 문인들은 다 모였어요."

민병산은 무작정 친구 따라 서울로 상경했다고 한다. 친한 친구들이 직장 따라 서울로 다 올라가자 무작정 상경해 출판사 편집 고문으로 일한다.

바둑에도 일가견이 있어 평생 지기인 신동문 시인과는 용호상박의 바둑을 두었다고. 바둑도 잘 뒀지만 붓글씨도 일품이었다고 한다.

장일순 선생의 문체에 버금가는 민병산의 서체는 지금은 작고한 문인의 기록으로만 남아 있어 아쉬움을 더한다.

이승우옹은 "지역 문단의 선구적 역할을 한 두 문인의 발자취가 시민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아 조명 작업이 필요하다"며 묵은 기억을 환한 웃음으로 전해줬다.

이승우옹이 두 문인의 글이 실린 책을 펼쳐보이며 옛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철학자이자 수필가 민병산 선생.

1956년 '풍선기' 연작시로 주목을 받은 신동문 시인.

바둑 5단이었던 신동문(오른쪽)이 이승우옹(당시 제천시장)과 대국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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