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84>
궁보무사 <8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5.16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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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오근장의 최후

“하하! 맞았소. 그거야 말로 천번 만번 지당한 말씀이요. 내 경험으로 보더라도 그건 딱 들어맞는 말이요. 그러기에 부잣집 외상보다 거지 맞돈이 낫다는 말이 있지 않소이까.”강치는 이렇게 말하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때, 옥성 성주 취라가 보낸 자들이 마포를 가득 실은 마차를 끌고서 이들이 있는 곳으로 허겁지겁 달려왔다.

“지난번 인연도 있고해서 이번엔 우리가 가격을 훨씬 더 잘 쳐드리리다.

자, 이걸 받으시고 어서 빨리 그 여자를 우리에게 넘겨주시오.”모두 합쳐 열 명쯤 되어 보이는 취라의 부하들은 너무 급히 달려온 탓인지 숨을 학학 몰아내 쉬며 강치에게 말했다.

“어허! 원래 가격이란 팔 사람이 정해야 되는 것 아니오. 그런데 살 사람인 당신네들이 가격을 미리 정해가지고 오다니……. 세상에 이런 경우없는 경우가 어디 있소.”강치는 그들이 마차 위에 가득 싣고 온 마포를 힐끔힐끔 쳐다봐가며 속으로는 좋으면서도 그러나 겉으로는 무척 떨떠름한 척 이렇게 말했다.

“어허! 이 정도라면 이곳에서 제대로 생긴 젊은 여자 다섯 명을 사고도 충분히 남음이 있소이다.

우리 성주님께서 지난번 정을 생각하여 이번엔 제법 많이 생각해 주시는 거요.”취라 성주가 보낸 이들 가운데 제일 상급자(上級者)로 보이는 자가 두 눈을 부릅뜨고 강치와 그 일행을 노려보며 꾸짖듯이 말했다.

그의 험상궂은 인상에 겁을 집어먹은 강치가 몹시 난감한 척 옆에 있는 봉명에게 나지막한 목소기로 물었다.

“이걸 어쩌면 좋소이까?”“으음음……. 이 문제는 워낙 심각한 것이니만큼 우리 모두 모여서 머리를 맞대가며 의논해 보기로 합시다.

”봉명의 말에 강치는 취라 성주가 보낸 병사들에게 잠시 양해를 구한 후 크게 소리쳐서 자기 일행들을 불러 모았다.

강치 일행은 함께 모여 이런저런 의견들을 나누며 이 문제에 대해 제법 심각하게 상의했지만, 그러나 봉명이 꺼낸 의견에 따르기로 하였다.

봉명이 강치와 그 일행에게 제시한 의견이란, ‘이런 장사를 앞으로 계속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안전이 우선이므로 약간이나마 신용할 수 있는 옥성 성주에게 적은 값을 받고서라도 보내는 것이 더 낫다.

어차피 이에 대한 손실은 강치와 의형제를 맺은 한벌성 율량님께서 생각해 주실 것이 아니겠는가.’하는 것이었다.

강치 일행은 성주 취라가 보낸 부하들에게 명기 여자가 타고 있는 가마를 아예 통째로 건네주고는 그 대신 그들이 갖고 온 마포가 가득 실려진 마차를 건네받았다.

그러나 이미 그때에는 가마 속에 있던 명기 여자가 지금까지 몰래 숨어서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던 율량의 부하들에 의해 납치되어지고, 그 대신 예쁘장한 여장 남자 양지가 가마 안에 점잖게 들어와있던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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