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경찰 경무관 시대
충북경찰 경무관 시대
  • 한인섭 기자
  • 승인 2010.12.05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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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한인섭 <사회부장>

이세민 충주서장의 경무관 승진은 충북경찰에 한정해 보거나 충북 전체로 보나 잘된 일이다.

충북 출신 경찰이 경무관, 치안감 등 고위직으로 승진한 일은 더러 있었으나 줄곧 지역에서 근무한 '토종'이 승진한 첫 사례이기 때문이다.

경찰 인사 구조 문제지만, 충북에서 승진한 총경은 경무관으로 승진할 수 없다는 게 일종의 인사룰이었다.

지방청(지역) 단위로 승진자를 내는 경찰 인사구조 탓에 총경 정원이 몇 안 되는 충북은 경무관 승진 여건이 전혀 안 됐다.

총경 승진 역시 경정급 정원이 적어 전국 승진자 대비 1.2명이 배정돼 낙타가 바늘구멍 빠져나가기만큼 어려운 일로 비유됐다.

행정조직 직급에 견주어 보면 대략 서기관급인데 유독 경찰은 정원이 적었고, 그만큼 승진하기 어려웠다.

정기인사 시기가 닥치면 경정 3~4명이 승진자리 하나를 놓고 그야말로 피튀기는 경쟁이 벌어지곤 한다. 승진후보가 될 경우 보통 2~3년씩, 길게는 4~5년씩 심사대상이 되곤 하는데 주변 사람조차 안스러울 정도로 '고난의 연속'이고, 살얼음판을 걷는 게 인사구조이고, 총경 승진이었다.

승진자가 확정되면 이번엔 누구에 줄을 섰다더라는 식의 정치권 인맥도 함께 거론되곤 했다. 승진 대상자들이 숙명의 경쟁을 벌여 경찰 안팎이 와글와글할 정도로 시끄러웠던 때도 있다.

이러다 보니 최근엔 총경 승진은 경찰대나 간부후보 출신들이 독점하는 구조가 됐다.

순경에서 시작해 평생 경찰에 투신한 대다수 경찰관들은 총경 반열은커녕 경정, 경감 승진조차 어려워졌다.

이 같은 인사구조는 조직의 윤기를 잃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어렵사리 경감, 경정에 승진한 이들은 더 이상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총경급 역시 일선서장과 지방청 참모 보직을 맡는 일을 거듭하다 퇴직하는 게 수순이었다

충북의 총경 승진자는 많게는 5차례에서 3차례까지 일선서장과 참모 보직을 맡은 것에 만족해야 했다. 사기진작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인사구조인 셈이다.

이세민 충주서장의 경무관 승진은 우선 이런 인사구조를 일정부분 헐었다는 데 큰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 경찰대 1기 출신으로 2002년 총경 승진한 그가 인사구조 자체로만 보면 불가능했던 일을 해냈다는 점에서도 높이 평가할 일이다. 이 서장이 인사구조의 현실적인 측면을 인정하면서도 스스로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충북경찰 내부에서 출범 60년 만의 경사라 여기는 이유인 셈이다. 경기도를 비롯해 전남, 대구, 충남 등 다른 곳에서는 이미 경무관을 배출하긴 했다. 또 순경입직자와 지역안배도 고려된 게 이번 인사였다. 그러나 서울 뒤를 잇는 부산경찰도 6년 만에 경무관을 배출할 정도로 쉽지않은 게 사실이다.

이 서장이 승진하자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이 함께 거론된다. 하지만, 이조차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할 이유가 더 많아 보인다.

정치적 요인이 작용했다 하더라도 충북인맥의 박약함이 늘 아쉬웠던 터라 오히려 달리 보인다. 개인적 경사에 머물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 서장이 승진 확정 후 밝힌 소감처럼 충북에서 경무관 승진자가 더 나와야 한다. 유능한 경찰관들이 충북의 종전 한계에 머물게 아니라 한걸음 더 박차고 나가는 조직을 만드는 활력소가 되길 기대한다.

충북경찰이 긍정적 에너지를 받는 좋은 계기가 돼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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