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의 교훈
연평도의 교훈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11.25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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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一筆
북한의 영평도 도발에 대한 미숙한 대응이 연일 치도곤을 맞고 있다.

휴전 이후 수도 없이 자행된 북한의 만행을 똑똑히 기억하는 국민들이지만 이번만큼은 그 체감의 성격과 지수가, 달라도 크게 달라 보인다. 과거엔 소위 북풍이라 통칭되는 유사사건의 여파로 집권세력들이 여론의 훈풍을 탔지만 이번엔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이유는 분명하다. 남한 영토에 대한 직접적인 타격이 처음인데도 우리의 대응은 오히려 예전보다도 시답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자기변명과 합리화에만 순발력을 보이는 이 나라 리더들을 목격하면서 착잡함마저 느끼는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국가 간 분쟁이나 심지어 전쟁에 있어서도 그 빌미를 제공한 가장 전통적 원인은 영토 침범과 자국민에 대한 위해(危害)였다. 내 나라를 침입하고 내 국민을 해치는 상황에선 그저 주저없이 싸워야 하는 게 리더들에게 요구되는 제1의 덕목이었다.

그런데 우리의 지도자라는 사람들은 연평도라는 강토가 불바다가 되고 무고한 어린 병사와 민간인이 대명천지에 처참한 죽임을 당했는데도 뒤늦게 하릴없는 종주먹만 휘두르며 서로 변명만 늘어놓기에 급급했다. 하찮은 조폭세계에서도 내 구역을 침범하고 조직원을 해코지하면 당장 '응징'에 나서는 게 상식이다.

지금 국민들은 차제에 전쟁도 불사하라고 채근하는 게 아니다. 또한 이참에, 국가의 모든 미래를 담보할 수도 있는 극단의 강경책을 주문하는 게 아니다. 그러기엔 이미 때가 늦었다. 다만, 예기치 못한 위기에서 리더가 리더답지 못하고, 군(軍)이 군답지 못한 것을 한탄하며 그저 마음속의 응어리만을 되새길 뿐이다.

적의 잠수함을 경계하라고 훈련에 내세웠던 초계함(천안함)이 바로 코앞에서 기습공격을 당해 두 동강 났는데도 책임질 줄 모르고 오히려 머리를 곧추세우던 그 오만함이 국민들의 가슴을 짓누르던 판에 이번엔 영토까지 유린당했으니 더 이상 할 말이 있겠는가.

국민들은 패장으로서 알아서 자진하려는 무인(武人)다운 결기를 보고 싶은 것이지 말을 바꾸면서까지 자신을 변호하는 못난 장수를 원하는 게 아니다. 어쨌든 김태영 국방장관만큼은 더 이상 설 땅이 없게 됐다.

졸지에 폐허가 된 연평도 때문에 좌파정권 10년의 햇볕정책과 여전히 미국이 갖고 있는 전시작전권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려졌다. 예상대로 오른쪽 사람들은 북한의 이번 무력도발만 보더라도 햇볕정책이 얼마나 허구였냐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MB정권 출범과 동시에 왜 퍼주기를 하느냐면서 북과 대립을 자초한 강경론의 결과는 금품이 아닌 인명의 퍼주기로 대체되고 있잖은가. 금강산 1명, 천안함 46명, 연평도 4명이라는 실로 아까운 인명의 희생들 말이다.

여기다가 사건이 터질 때마다 몇 배 몇십 배의 보복으로 응징하겠다는 그 명분없는 단언들 때문에 지금 대한민국은 오히려 마땅히 대응할 만한 카드조차 제한당하고 있다. 결국엔 전쟁밖에 없다는, 극단의 코너로 몰리게 된다.

전시작전권도 그렇다. 전작권 환수를 추진하던 전 정권을 매국으로 치부하며 국민을 설득하는 것까지는 좋았지만 북한이 총질만 했다 하면 득달같이 오바마의 바짓가랑이부터 잡으려는 지금의 형국이 과연 정상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처신들이 앞으로 우리의 미래에 어떤 파장을 몰고 올지를 한 번쯤 냉정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하기사 그들이 입버릇처럼 내놓는 주장대로 우리의 우방국인 미국과 일본 중국 등이 늘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원한다면 아무런 걱정이 없을 텐데 말이다.

여기서 사족 하나 더, 연평도가 포격당할 당시 우리의 수뇌부가 확전을 염려했다는 소식은 차라리 잘한 일이 아닌가. 국민들은 이를 질책하는 게 아니라 이것조차 오락가락 말이 바뀌는 무개념, 무철학의 리더십을 탓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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