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학위'살려놓은 충북도
죽은 학위'살려놓은 충북도
  • 한인섭 기자
  • 승인 2010.11.24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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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한인섭 사회부장

충북도가 '음악석사학위'로 인정한 불가리아 소피아국립음악원 전문가 과정이 거듭 논란이 된 이유는 도립예술단 지휘자 임용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선 유사학위나 가짜학위를 광역지자체가 인정할 경우 '교육'자체에 미칠 악영향이 크다.

일시적 권한을 위임받은 단체장의 하자 있는 결정조차 공직자들이 앞장서 '코드를 맞추는 행정관행 역시 용납해선 안 된다는 점도 그렇다.

논란 초기 지휘자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학위 문제와 공정성을 문제삼아 기자회견까지 했던 이준원 서원대 교수는 "돈 주고 산 학위를 인정한다면 누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공부하겠냐. 후학들이 뭘 배우겠냐"며 질타했다. 이 교수의 말엔 문제의 핵심이 들어 있다.

도지사 개인적 인연과 '호불호'가 도정에 반영될 수는 있겠지만, 정당한 절차와 기준, 비판을 무시한 채 오기에 기초한 '하자 있는 결정'이 묵인되는 나쁜 선례를 남겨선 안 되는 것도 중요한 이유이다.

잘못된 결정까지 부지사 이하 실무책임자들이 '우~'하며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우스꽝스러운 꼴을 보였던 점에서 재발 방지를 위해서도 그렇다.

2009년 3월 충북도의 결정은 적어도 음악계에서는 두고두고 '웃음거리'였다고 한다. 두 차례의 전국 공모로 '도립 오케스트라 지휘자' 정도의 무게를 갖춘 음악인 60여명이 몰렸고, 임용 결과를 접한 이들은 '양반의 고장'이라 인식했던 충북을 달리 보게 됐다고 한다.

충북도는 결국 '죽은 학위·가짜학위'를 '진품'인 양 살렸다.

김용환 전 대전예술문화회관장은 이미 10여년전 '교육시장 개방과 음악교육 개혁의 현단계'를 주제로 한 심포지엄에서 발표한 논문 '외국 음악교육기관의 진출 형태'를 통해 불법성을 분명히 지적했다.

외국교육기관 교육과정, 운영방식, 법적 요건 등을 분석했던 그는 이 논문에서

국내에서 소정의 교육과정을 이수한 뒤 본국에서 마지막 학기를 수료하여 학위를 받는 운영형태가 있다"고 지적하고 "이러한 유형의 외국교육기관의 진출은 현행법상 불법(고등교육법위반)임에도 불구하고, 불가리아의 국립 소피아음악원, 폴란드 쇼팽음악원이 '마스터 클래스(단기연수)'라는 명칭 아래 운영하고 있다"며 법적 하자를 지적했다.

국내 유력 음악월간지 편집장은 당시 "왜 '죽은 학위'가 다시 살아 논란이 되냐. 음악인들은 다 아는 문제이고, 다 정리됐는데 진위공방이라니…."라는 반응을 보일 정도였다.

지역 음악인들도 "그런 유類의 이수증을 '학위'라 제출한 것 자체가 양심의 문제"라고 하자를 지적한 바 있다.

동유럽 공산국과 러시아 개방 무렵 국내 브로커들과 일부 음악인들에 의해 만들어진 가짜학위가 여태 '햇빛'을 쬐이고 있는 일은 한마디로 난센스이다.

더구나 충북도가 아직 '직설법'을 사용하지 않고 있는 점은 참으로 유감이다. 가짜학위가 생산된 해당국가나 거금을 챙긴 문제의 대학이나 교수들은 진위에 대해서는 입을 닫고, 브로커들은 법의 허점을 교묘히 이용한다. 그래서 실체 규명은 쉽지 않다. 러시아 극동국립예술아카데미 석·박사학위 경우처럼 외교적 부담까지 떠안고 기소했던 검찰이 '가짜학위'라는 판결을 받기까지 3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불가리아 소피아국립음악원 과정은 대법 판례도 그렇지만, 이미 충분할 정도의 가짜'근거가 제시됐다.

실정법이나 행정적 판단만으로도 충분히 판단 가능한데 "전 지사가 한 일이라

전임자 일이어서…."에두르는 충북도는 이제 도민 앞에 진솔한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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