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라이프>"성매매 일상 침투… 불법 인식 부족"
<여성&라이프>"성매매 일상 침투… 불법 인식 부족"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0.11.23 21: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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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여성인권상담소 늘봄 정선희 소장
"여성의 성매매는 광범위하고 일상적인 범위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노래방 도우미부터 인터넷 성매매 등은 많은 이들에게 불법이란 인식조차 흐릿하게 만들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일이 생활이 되어설까. 정선희 소장(사진)은 여성의 성매매 현실이 어느 정도인지부터 첫말을 들려준다.

23년간 줄곧 여성 활동에 매진해 왔으니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1987년 사회 운동을 시작한 뒤로 자연스럽게 여성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어요. 이후 6년간 육아 문제로 휴직한 적이 있었는데, 나 자신에 대한 존재감이 사라지더라고요. 일하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아서 2000년에 다시 일터로 나왔죠."

여성 인권이 향상되었고, 그만큼 여성들의 사회인식도 좋아지지 않았냐는 질문에 정선희 소장의 대답은 의외다.

"대부분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죠. 예년에 비하면 지금은 여성인권이 굉장히 높아졌어요. 그런데도 여성인권 문제는 아직도 정책적으로 밀리는 수준입니다. 이는 결국 사회적 역할에서 배제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제도가 변하지 않으면 여성인권은 해결할 수 없다고 봅니다. 사회가 받아들이지 않는 여성의 지위나 구조적 모순은 여성들에게조차 내면화되어 무엇이 문제인지도 무뎌지게 되는 것이지요."

화장기 없이 수수한 여느 아줌마의 모습이지만, 그녀의 말 속에는 약자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여성의 인권과 맞닿아 있었다.

그녀는 여성의 삶을 개인적인 것으로 치부하는 전통적 사고방식도 여성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가정폭력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여성문제임에도 사생활 문제로 다루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보호받을 곳이 없게 되고, 폭력을 재발시키는 원인이 되는 거죠. 더구나 성 문제는 여성의 인권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아동 성범죄가 사회 이슈가 되면서 여성의 성매매나 성폭력은 인력부족으로 전담반도 가동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에요. 결국 여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여성의 성을 깨우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늘봄에서는 상담 외에도 교육을 통한 문제해결에도 나서고 있다.

성교육이 교육의무로 지정되면서 남성을 중심으로 공공기관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성 교육을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도 태부족이다.

여전히 매맞는 여성은 줄어들지 않고, 성매매는 은밀해지고 광범위하게 넓어지고 있다.

"하는 일이 무겁고 힘들어 때론 훌훌 내려놓고 싶은 적도 많다"는 정선희 소장. "힘든 만큼 씨앗을 뿌리는 일이어서 보람도 크다"는 그녀는 여성을 위한 정책적 뒷받침이 더 많아지길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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