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원 세계
4차원 세계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11.23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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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칼럼
김기연 <민주노총 충북본부 대외협력부장>

어느 드라마의 테마곡처럼 "눈물이 입을 가려서 말하지 못했던" 우승 소감. 톡톡 튀는 말투의 4차원 소녀 정다래 선수가 화제다. 시상대에서 금메달을 깨무는 귀여운 행동까지. 박태환과 만삭투혼을 불태운 김윤미와 더불어 정다래는 이번 아시안게임이 낳은 최고의 깜짝 스타로 등극했다. 정다래를 4차원 소녀로 만든 건 아무래도 현실에 만연한 4차원 풍경 때문일 듯싶다.

최근 '최고급 도지사 관용차 논란'으로 3800cc급 검정색 에쿠스 승용차가 화제다. 서민도지사는 그저 교육감과 '레벨'을 맞추기 위한 처사였을 수도 있다. 같은 '레벨'의 충북교육감이 진작부터 동급의 에쿠스 차량을 이용해 왔기 때문이다. 충북교육청은 지난 2002년 10월 2900만원짜리 2500cc급 다이너스티 차량을 구입해 사용해 오다, 사용연한인 5년을 2개월이나 넘긴 2007년 12월 17일, 선거를 불과 이틀 앞둔 시점에 6300만원짜리 에쿠스로 교체한다. 최고의 당선 선물이 기다리고 있던 셈이다. 그러니, 도청으로서는 억울할 수 있겠다. '레벨'을 맞추기 위한 것인데 이를 '4차원 충성행정'으로 매도하니 말이다.

한편, 23일. '전교조 징계 선봉 교육청'은 색다른 4차원 행정을 보여줬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초등학생 전학년을 대상으로 치른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교육청은 새로운 업무영역을 개척했다. 출판사나 학원의 전유물이었던 '문제출제은행'에 진출한 것이다. 교육청이 90개 문항을 출제하고, 이 문항 중 20~25개 문항을 담임교사가 자율적으로 선정해 시험을 치르도록 했다. 교육청은 다른 학교 간, 학급 간 비교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일체의 보고도 받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며 '경쟁'이 아닌 '평가'를 위한 것이라 강조했다.

하지만, '평가'는 기말고사로도 족하다. 기말고사만으로도 교육청의 목표를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 언죽번죽 도교육청이 덧붙인 말도 다차원적이다. '교사의 업무 경감'을 위해 도교육청이 출제했다는 것이다. 시험으로 학생들을 쥐어짜는 행정이 문제라는 점은 도통 이해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입시와 시험에 대한 두려움에 의한 교육은 그 두려움이 사라지는 순간 물거품이 된다'는 경구를 들려주고 싶다.

근로기준법의 비밀을 파헤친 행정도 도마에 올랐다. 청주시청의 꼼수계약이 그것이다. 청주시청의 노련한 '근로기준법 탐구생활'을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회인권위원회가 비판하고 나섰다. 청주시청은 비정규직과 근로계약을 맺으면서 365일에서 며칠이 빠진 계약을 했다. 벼룩의 간을 빼먹듯 비정규 노동자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으려는 꼼수다.

공공기관이 이러니 민간사업장은 오죽할까 얼마전 모 대학에서는 총장이 촬영감독으로 등단했다. 대학내 각 사무실을 돌며 조교에게 노조원들을 촬영토록 지시했다. 단체복 착용을 '쟁의행위'로 몰아붙이기 위한 '체증작업'에 친히 나선 것이다. 유수대학의 총장이 품위에 걸맞지 않게 직접 진두지휘하는 것도 그렇지만, 대학을 자신의 '취미생활' 공간 따위로 생각하는 범접하기 힘든 행동은 더 큰 문제라 할 수 있다.

정다래의 4차원 행동은 사랑스럽다. 하지만, '충성'과 '성적', '노동권 부정' 등이 한데 버무려진 4차원 풍경을 바라보는 심경은 참담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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