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설땅 잃은 동구권 유사 음악학위 <4>
<집중분석>설땅 잃은 동구권 유사 음악학위 <4>
  • 한인섭 기자
  • 승인 2010.11.21 2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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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도 결정 하자와 대안은

'가짜학위 임용' 재검증 불가피

이수증 해석 멋대로… '전문석사' 신조어 만들어

警 "정규학위 여부 상관없다 밝혀 처벌 못해"

민선4기 충북도는 충북도립예술단 지휘자 임용 과정에서 가짜학위 논란이 불거져 '교육적 학위가 아니라 전문과정 이수증'이라는 대학측의 답변(이메일 회신)까지 나왔으나 임명을 강행했다. 그러나 민선5기 출범 이후 임용을 비롯한 일련의 문제점이 제기돼 예술단 해체도 고려한 바 있어 가짜학위와 임용 적절성에 대해 다시 판단하는 게 불가피해졌다.

임용 당시 충북도와 음악계 안팎에서는 두 차례에 걸친 전국 공모에도 불구하고 정우택 전 도지사 색소폰 레슨을 했던 개인적 인연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게 일반적 시각이었다. 개방형 공직자(복지환경국장) 인선 실패와 지휘자 임용 철회가 거듭될 경우 정치적 부담을 고려한 독선적 인사행정이라는 평가와 함께 임용기준(석사학위 이상 소지자)을 위반한 결정을 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논란 막바지 '전문석사학위'라는 신조어와 억지주장으로 임명을 강행했다.

충북도는 지난해 4월 20일 발표한 '도의 입장'을 통해 스스로 기준을 훼손하는 내용을 발표했고, 불신을 자초한 화근이었다. 당시 충북도는 이수증만 제대로 해석했어도 합리적 결정을 내릴 수 있었으나 그렇지 않았다.

◇ 이수증 해석 내용

충청타임즈 취재팀이 소피아국립음악원이 발급한 이수증을 한국외국어대에 의뢰해 번역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최초 발급 이수증

도립예술단 지휘자 임용에 사용된 1997년 8월 불가리아소피아음악원 발급 이수증은 '대학교육을 수료한 전문가로서의 전문화와 법적 자격 증명'이라는 제목에 '마스터클래스(단기연수) 지휘분야'라는 내용이 요지이다.

◇ 재발급 이수증

'000는 국립대학교 졸업 후 전문가 자격 과정인 카잔디에브 교수 지휘분야 마스터클래스에 등록해 마스터클래스를 수료했음. 지휘분야 마스터클래스를 수료함으로써 대학교육을 수료한 전문가로서의 전문화와 법적 자격 증명을 가진다'는 내용이다.

◇ 충북도 '멋대로 번역'

도는 똑같은 문서였지만 전혀 다른 내용을 내놓았다. 도는 "~대학원 상급 지휘과정에 입학하고~, 대학원 과정 지휘 전공을 마쳤으므로~"라는 내용이라 강변했다. 심지어 중·고교생도 참여하는 마스터클래스(MasterClass)조차 석사과정이라 해석하는 무리수를 뒀다.

◇ 왜 문제

학위증이라면 적어도 키릴문자(러시아·동유럽 언어)로 석사학위증을 뜻하는 МАгИСТЪР(마기스트르)라는 표현이 나오는 게 당연한데 한 차례도 언급되지 않았다. 반면 이 과정이 인정되지 않아 현지에서 석사과정을 다시 한 음악인과 정규과정을 이수한 한국인 이수증에는 반드시 이 단어가 등장한다.

오히려 지휘자가 재발급 후 제출한 서류에는 키릴문자 우다스또베렌이에(증명서·УдосТОВЕРЕНИЕ·Certificate)라는 표현이 기재돼 있다.

이 점은 대법원이 러시아 극동국립예술아카데미 사건을 판결하면서 총장과 대학원장이 서명한 증명서이지, 박사학위증이 아니다고 지적한 내용과 일치한다.

대법은 "증명서라는 제하에 고유번호가 매겨지고, 위 과정을 졸업하여 '직업적 활동을 할 권리를 부여한다'는 내용이 기재됐지만, 영어 문서와 한국어 번역과정에서 'degree of Doctor of Music Art'와 '박사과정을 이수하여'로 변경됐다"고 지적했다.

대법은 또 "러시아 당국의 수사에서도 대학측은 '박사증서가 아닌 대학원 완료에 대한 증명서, 창작분야 전문자격 확인증이어서 학위증과 같이 평가될 수 없다'고 진술했다"며 가짜라는 점을 밝혔다. 이는 돈만 챙겼던 동구권 가짜 학위 브로커들과 대학이 취했던 전형적인 수법이다.

충북지방경찰청 관계자는 "고등교육법을 위반 정상학위가 아닌 점은 충분히 확인했지만 도가 정규학위가 아니더라도 임용기준(석사학위이상 소지자)에 부합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의 답변을 내놓아 업무방해·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적용하지 못한 것"이라고 밝혔다.

청주지방변호사회 소속 한 변호사는 "업무방해 적용 여부는 도 입장과 별개로 심사의 결론에 이르게 된 경위, 이수증 내용 등만으로도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충북도가 임용과정의 흠결을 종전처럼 덮어둘지, 별도 행정적 판단을 내릴지 여부가 관심사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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