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추적 60분'이 남긴 것
KBS 추적 60분'이 남긴 것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11.18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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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一筆
과연 방송이 될 것인가를 놓고 큰 관심을 끌었던 KBS 추적 60분의 '의문의 천안함, 논쟁은 끝났나' 편이 지난 17일 예정대로 공중파를 탔다. 방송 내용이 기존의 정부 입장을 일부 뒤집는 것이라서 제작 단계부터 말들이 많았지만 정작 시청자에겐 내용도 내용이지만 '어쨌든 방송이 나왔다'는 그 자체가 더욱 각별하게 다가왔다.

예상은 했지만 이 프로그램을 전부 다 보고 난 뒤의 느낌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역시 물음표(?)다. 북한의 소행으로 단정짓는 데에 결정적 증거로 제시된 선체의 흡착물질에 관한 사실관계가 정부 입장과 상치되고, 사고현장을 가장 확실하게 조망할 수 있는 감시초소가 따로 있었는데도 지금까지 전혀 거론되지 않은 것부터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취재팀이 제기하는 각종 의문에 대해 국방부나 합조단 관계자가 조목조목 설명이나 반박하고 나섰지만 어딘지 모르게 옹색해 보인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천안함 사건은 이렇듯 알면 알수록 더 오묘한 여운으로 남는다.

물론 어느 사건이든 그것이 벌어진 다음에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기란 결코 쉽지가 않다. 하다못해 교통사고를 당해도 단순히 피해상황만을 보고서는 사고 당시의 정황을 제대로 꿰뚫기가 녹록지 않은 것이다.

당연히, 무수한 변수를 안고 있는 천안함 사건을 무슨 브리핑하듯 일목요연하게 짚어낼 수는 없다.

하지만 천안함 피폭은 처음부터 상식을 유린하는 전후과정이 많았다는 점에서 '사건의 진실'에 대한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 가장 근본적인 의문예를 들어 한미합동으로 대잠수함 작전이 한창 진행되는 상황에서 다른 것도 아닌 잠수함의 천적이라는 초계함이 한순간에 두 동강 나고, 시야 확보가 안 되는 해안 인근의 낮은 뻘지역에서 무슨 잠수함이건 잠수정이든 북의 해저 침투작전이 가능했는지부터 분명히 밝혀져야 한다.

사건에 대한 모든 정리가 마무리돼 북한의 시인과 사과만이 남은 시점에서 다시 의문을 제기하는 처사에 대해 물론 비판의 시각도 만만치 않다. 사실 지금에서 무엇보다도 천안함 사태와 관련해 가장 무겁게 다가오는 것은 생때같은 46명을 수장시키고도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나라에 분란만 일으킨다는 한쪽의 강변이다.

그들의 주장대로 모든 국민들이 정부발표를 100% 믿는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어쩔 수 없이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이번 추적 60분이 던진 화두 역시 바로 여기를 맴돌고 있다.

우리가 암울했던 시절, 조정래는 말했다. 진실은 영원히 감옥에 가둘 수 없다고그가 인권 변호사로 활동하며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과 서울 망원동 수재사건, 그리고 보도지침 사건을 온몸으로 맞아들이며 43세로 요절하는 마지막 순간에 깨우친 것은 진실은 반드시 감옥에서 걸어 나와 사람들 앞에 바로 선다는 통찰이었다.

22세 여대생을 추악하게 성희롱하고도 근엄한 봉직(奉職)의 탈을 썼던 문귀동을 색출하고 1만8000여 가구의 침수를 천재라고 발뺌하던 서울시의 오만한 권력을 심판했는가 하면, 서슬퍼런 5공시절의 언론이 왜 정권의 나팔수였는지를 밝혀낸 그 힘과 저력은 바로 언젠간 스스로 감옥에서 걸어 나와 우리 앞에 나타날 '진실'인 것이다.

천안함의 그 진실이 정부의 발표 내용 그대로이건, 혹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그 무엇으로 다가오든, 우리는 그것을 확정할 때까지는 앞으로도 계속 번민하며 스스로를 채근할 수밖에 없다. 하여, 확인취재에 최선을 다하고 또 정상적인 방송을 위해 끝까지 소신을 굽히지 않은 추적 60분 제작진의 고뇌를 한 번쯤은 공감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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