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물로 가득 찬 학교운동장
시설물로 가득 찬 학교운동장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0.11.03 2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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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연지민 <교육문화부장>

얼마전 모 초등학교 운동장에 인조잔디 사업을 추진하며 학부모 간 갈등이 빚어졌다. 학교 측이 교육청에 운동장 인조잔디 사업을 신청했고, 학교운영위원회로부터 긍정적인 논의 속에 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인조잔디 운동장에 대한 반대측 부모들이 인조잔디의 문제점과 학교와 학교운영위원회의 일방적 사업 추진에 이의를 제기하며 반대에 부딪혔다. 이 과정에서 학교운영위원회는 학부모의 70%가 찬성했다고 주장하고, 반대 학부모측에선 찬성을 위한 설문조사였다며 반대 탄원서명을 진행했다.

인조잔디를 깔 것이냐 천연잔디를 깔 것이냐를 두고 벌어진 이번 사태는 여러 각도에서 학교 내 문제를 드러냈다. 그 하나가 학교운영에 관한 학부모의 입김을 들 수 있다.

그동안 학교장을 중심으로 소소한 결정을 내렸던 사항이 몇년 전부터 자율적 학교 운영을 시도하며 논의기구로 학교운영위원회가 가동됐다. 학교와 학부모 간의 소통이라는 점에서 교내 교육은 물론 자율적이고 역동적인 학교 발전을 기대했던 게 사실이다. 실제 많은 부분에서 경직된 학교 분위기가 유연해지고, 건전한 참여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런 순기능에 못지않게 역기능 또한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자모회나 학교운영위원회 중심의 논의 구조로 교사나 교장이 학부모의 입김을 무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교육현장에서는 교사가 학부모의 눈치를 보게 되었다는 한탄도 쉽게 들을 수 있다교육철학이 앞서야 함에도 교사가 학부모의 눈치를 보게 되고, 교장이 학교운영위원들의 눈치를 보게 되니 자율적 학교 운영의 취지가 무색해진다.

이런 부담은 교사에게만 있는 게 아니다. 자녀를 위해 자모회를 든다는 학부모의 푸념도 오래전부터 있어온 이야기다. 학기초마다 직장다니는 엄마들의 고민이 자모회를 들어야 하는지이고 보면 교육과는 한참 벗어난 느낌이다.

두 번째로 학교의 주인이 누구이며, 누구를 위한 사업인가에 대한 문제다. 학교의 주인은 분명 어린이다. 학교 내 사업은 당연히 어린이를 위한 사업이 되어야 한다. 좁은 시각에서 인조잔디와 천연잔디의 문제로 보면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학교운영위원회의 주장처럼 찬성이 많은 쪽으로 선택하면 된다. 문제는 지금 아이들만 다닐 학교가 아니기에 신중해야 한다는 거다.

오래도록 이곳을 거쳐갈 아이들을 위해 사업을 추진하고 고민해야 한다. 이 운동장에서 뛰어 놀 아이들에게 무엇이 요구되는지를 생각하고 결정할 일이다. 지금 학교 다니는 학생들의 학부모들이 주인이 아니다.

찬성이냐 반대냐를 두고 목소리를 높이기 이전에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으면 한다

세 번째, 학교마다 시설물이 증가하는 문제다. 강당이다, 주차장이다, 체육시설이다 하며 갖가지 시설물이 들어서며 좁아 터진 운동장이 더 좁아지고 있다. 코딱지만하게 남은 운동장도 모자라 시설물로 덮어버리는 인조잔디 운동장 사업이 전국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안정성도 확보되지 않은 사업에 그것도 몇 억에서부터 몇십 억씩이나.

10여년 전, 학교 운동장에 인조잔디 조성 사업을 추진했던 일본은 요즘 학교운동장에서 인조잔디를 걷어내고 있다고 한다. 인조잔디의 안정성도 문제지만 어린이들에게 흙을 밟게 하자는 취지에서다.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우리나라 교육기관들이 일본의 사례를 꼼꼼히 검토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흙을 밟을 기회도 없는 아이들을 위해 맨땅을 남겨주는 것이 훨씬 교육적이지 않은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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