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방관할 건가
언제까지 방관할 건가
  • 권혁두 기자
  • 승인 2010.11.01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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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권혁두 국장 <보은·옥천·영동>

어찌보면 지방의회 입장에서도 억울한 일이다. 스스로 예산을 편성한 것도 아니고 정부 지침에 따른 예산 책정이요 집행인데, 매년 한 번씩 언론의 도마에 오르고 세간의 입줄에 오르내리니 말이다. 지방의원 해외연수 얘기다. 올해도 어김이 없다. 다르다면 갓 출범한 의회들이 준비에 심혈을 쏟아부어야 할 첫 정기회를 앞두고 해외연수부터 챙기는 모습이 '될 성 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속담을 떠올리게 한다는 점이다.

지방의원들이 선진국의 수범사례를 돌아보며 역량과 자질을 높이겠는다는 취지까지 부정할 수는 없다. 여론은 관광성 외유라고 몰아붙이지만 의회라고 이 같은 시선을 마냥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지방자치와 관련한 무슨 무슨 연구기관 등에 의뢰해 연수 일정을 짜고, 외부인사들로 구성된 심사위원회를 통해 여론에 부합할 수 있도록 조정도 하는 모양이다.

솔직히 말도 통하지 않는 해외에 나가 줄창 공공시설만 돌아보고 안내만 받다오는 탁상식 연수가 상수는 아니다. 지역을 먹여살리는 관광지 견학도 필요하고 상가에 나가 술도 한잔하며 그곳의 서민경제를 체험하는 것도 필요하다.

문제는 내용이 부실한 연수가 매년 되풀이되고, 이런 악순환이 구조적인 문제점을 띠고있다는 점이다.

지방의회 예산 편성지침을 만들어 지자체에 하달하는 정부가 1차적으로 방기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얘기다.

초창기 지방의회 국외여비는 임기 중 한 번 연수를 다녀오도록 책정됐었다. 예산이 여유가 있다 보니 대부분의 의회들이 15박 이상 일정으로 유럽이나 북미 연수를 다녀왔다. 그러나 호화연수 여론이 일면서 이 지침은 변경됐다. 행안부는 2기 의회부터 임기 중 한 차례 집행하던 국외여비를 4년으로 나눠 매년 한 번씩 집행하도록 했다. 미집행시 다음 회기로 이월되지 않고 불용 처리후 반납되기 때문에 2~3년치 예산을 모아 그럴싸한 연수를 짜기도 불가능하다.

이때부터 매년 일본과 중국을 비롯해 동남아 국가를 다녀오는 싸구려 연수가 되풀이됐다. 주요 방문국이 일본이다 보니 일본관광청이 한국 정부에 감사패라도 줘야한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충북도내에서 근래 해외연수를 다녀왔거나 계획 중인 지방의회의 방문국도 예외없이 일본이다. 이 지침이 유지되며 선진 문물을 접한다는 해외연수 취지는 사라지고, 지방의회는 매년 관광성 외유로 혈세를 축내는 몰염치한 집단으로 매도됐다.

매년 욕을 먹으면서도 해외연수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지방의회를 두둔할 생각은 없다. 의정비는 물론 자체 연수예산까지도 타치(他治)받는 자치의회는 전 세계를 통틀어도 흔치 않을 것이다. 자존심이 있다면 알량한 해외연수 예산 따위는 반납해 버리고 악으로 깡으로 내공을 키워 정부의 통제를 떨쳐낼 수 있는 파워부터 키워야 하는 것 아닐까.

이제 지방의회 이력도 20년을 넘어서고 있다. 원숙의 경지는 아니더라도 유년과 소년기의 미숙에서 벗어나 성인의 면모를 보여야 할 때다. 이곳저곳 눈치를 보아가며 해외로 떠나는 구차한 모습에서는 스무살다운 연륜도 혈기도 보이지 않는다.

뭇매를 맞더라도 해외연수를 포기할 수는 없다는 것이 대한민국 지방의회의 소신이라면 해법을 낼 곳은 행안부밖에 없다. 초기 지침으로 돌아가 임기 중 1~2회로 연수를 줄이거나, 예산 이월이 가능토록 해 지방의회 스스로 효율성을 찾도록 하자는 것이다. 비판과 강행의 악순환이 거듭되는 이런 식의 해외연수를 계속 방관하느니 차라리 폐지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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