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방가 방가'와 청년백수
영화 '방가 방가'와 청년백수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10.28 21: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청논단
정규호 <문화콘텐츠 플래너>

영화 '방가 방가'는 코미디 장르로 분류된다.

위키 백과는 코미디를 희극(喜劇)으로 칭하며 웃음을 주조로 하여 인간과 사회의 문제점을 경쾌하고 흥미 있게 다룬 연극이나 극 형식을 말한다. 인간생활의 모순이나 사회의 불합리성을 골계적, 해학적, 풍자적으로 표현한다고 정의한다.

코미디영화 '방가 방가'는 사전적 정의에 따라 웃음을 주조로 하되 결코 가볍지 않다.

현 정권에서 어쩌면 4대강 사업만큼이나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는 청년실업난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영화 '방가 방가'는 사회 불합리성에 대한 치열한 도전이다.

영화는 이력서를 사과상자만큼의 분량(여기서 사과상자는 한때 국민들을 절망시켰던 정치권에 대한 뇌물의 상징계가 된다)을 작성하면서도 끝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백수 방태식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방태식은 속칭 전형적인 루저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키는 함께 면접에 나선 평범한(?)젊은이들에 비해 현저히 작고, 얼굴도 평균에 미치지 못해 심지어 도넛가게 아르바이트 자리조차 감당하지 못한다.

그런 그가 궁여지책으로 택한 일자리는 의자를 만드는 공장, 그것도 그의 외모가 동남아 계통의 이주노동자와 흡사하다는 그 나름대로의 스펙이 가져다 준 행운(?)이다.

영화 '방가 방가'에서 주인공 방태식이 이주노동자의 인권에 눈을 돌리게 되는 것은 어쩌면 이 영화가 지탱해야 하는 스토리 구조의 탄탄함을 위해서는 피해갈 수 없는 길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곁들여지는 이주노동자 개개인의 눈물겨운 사정 역시 이들의 힘겨운 현실에 대한 고발로 충분하다.

그러나 이 영화 '방가 방가'가 말초적인 웃음보다는 끝내는 뒷골이 송연해지는 서글픔으로 가슴을 억누르는 것은 그것이 수많은 이 땅의 젊은이들을 피 말리게 하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몇 해 전만 해도 우리는 이주노동자 흉내를 내는 TV프로그램에 박장대소했다. 그 웃음의 이면에는 소위 경제발전을 엄청난 속도전으로 이루어 냈다는 자부심에서 비롯되는 깔봄과 놀림이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그 몇 년 사이 우리는 '의자'(부탄사람으로 변장한 방태식이 수많은 3D업종 가운데 왜 하필이면 의자공장일까 역시 눈 여겨 볼 대목이다)를 만드는 중소기업에 이주노동자로 역위장 취업해야 하는 이야기와 만나게 되는 시점에 살고 있다.

어떤가. 이쯤이면 우리가 동남아보다도 조금 더 잘살고, 조금 더 앞서 나가고 있다는 쓸데없는 우월감을 유발시키는 민족주의라는 상상의 공동체가 얼마나 허황된 일인가를 알아차릴 수 있을 텐가.

청년실업률이 35%를 웃도는 이 기막힌 현실에서 앞으로 우리는 영화 속에서나 있을 법한 '방가 방가'와 같은 일을 겪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아니 어쩌면 대한민국 어디쯤에서는 벌써 이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immigration으로 상징되는 불법 체류자의 단속은 영화 '방가 방가'속에서는 절대로 외국여행의 과정에서 느끼는 낯선 곳으로의 경험에 대한 설렘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철저한 차이와 분리의 상징이 되고 있다.

그리고 그 차이와 분리는 욕설과 난무하는 폭력성으로 더욱 공고히 되고 있으니, 그 욕설로 저항되는 이주노동자의 인권과 '먹고살기'에 급급한 기막힌 청년백수의 안간힘은 차라리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아카펠라 선율로 하나가 된 방태식과 이주노동자들은 스쿠터를 나눠 타고 반짝이 무대의상을 입은 채 차가운 겨울바람을 헤치고 어디론가 떠나면서 영화 '방가 방가'는 끝난다.

노래라는 엔터테인먼트가 결국 피안의 세계일 수밖에 없다는 한계인식일까. 이 영화를 만든 육상효 감독 역시 한때 교편을 쥐고 있던 청주를 떠나버린 아쉬움이 사뭇 커지기만 하는데, 이 땅의 청년백수는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나는' 피에로의 그것과 너무도 닮아가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