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지 못하는 충북협회
변화하지 못하는 충북협회
  • 김영일 기자
  • 승인 2010.10.17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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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김영일 본보 대기자

56년의 연륜에 걸맞은 (사)충북협회의 성숙한 모습은 요원한 것인가.

지난 15일 저녁 서울 세종문화회관 별관 벨라지오에서 있었던 재경 출향인사들의 모임인 충북협회의 회장단과 이사회 회의가 2010년 들어 처음으로 열렸다. 그런데 이번 회의는 회의진행과 절차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한마디로 수준 이하였다. 또 협회가 처한 상황에 대한 인식부재로 밖에 볼 수 없는 한심한 회의였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개회선언 순서에서 이필우 회장은 A고를 비아냥거리듯 "A고 출신자 모두 훌륭한 사람들인데 직업적으로 이쪽과 저쪽(현 집행부 반대파를 지칭)을 왔다갔다 하는 사람만은 아니다"라고 운을 떼면서 자신의 울분을 토로하는 시간으로 할애했다. 그러면서 "여기 가서 돈 얻어 먹고 저기 가서 돈 얻어 먹고, 이런 사람은 절대 용서치 않는다. 법적으로 조치하겠다"고 엄포까지 놨다. 개회선언은 온데간데 없다. 나중에 자기 스스로도 "격분해서 얘기했다"면서 용서를 구하기까지 했다.

사회자가 안건상정을 한다고 하자 안건상정여부에 대한 언급도 없이 이 회장은 대뜸 사무총장 임명 건을 꺼내면서 회의를 진행했다. 이를 보다 못한 이강완 진천군민회장이 이의를 제기, 안건상정도 없었고 회의진행 순서도 지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사회자의 사과와 함께 회의진행 순서에 따라 2009년 결산보고 건이 상정됐다. 감사결과에 대한 설명없이 사회자가 진행하려 하자 이번에도 또 진천군민회장이 이의를 제기해 감사보고와 설명이 진행됐다.

사무총장 임명동의 건이 상정되면서 회의가 활발해지는 듯했으나 정관에 따라 밟아야 하는 절차임에도 이 회장은 자신이 지명한 사무총장을 동의를 받는 게 맞느냐며 불평을 했다. 그러자 시군민회장들의 반발이 이어졌고, 무기명비밀투표로 동의절차를 밟자는 의견도 나왔다. 반발과 불만을 묵살한 채 안건은 거의 우격다짐식으로 통과됐다.

정해진 안건을 처리하고 회의가 마무리되는 듯했다. 기타 안건에 대한 언급도 없었고 의장과 사회자가 미린 짠 듯 "그거", "예"라는 짧은 대화속에 사회자가 정관상의 임원 숫자를 나열하고 임명절차를 설명하면서 몇 명을 회장이 임명한다는 발언을 하자 회의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전날 있었던 회장단 간담회의 합의 내용(임명직 부회장 임명철회와 이사회 진행)과 다르다는 불만이 쏟아졌고 오늘 회의후에 임명을 하기로 했다는 이 회장의 주장이 팽팽했다. 이 과정에서 이 회장이 회의를 하다말고 "배도 고프니 밥좀 먹읍시다"고 발언하는 웃지못할 상황도 벌어졌다. 부회장 임명은 회장 고유권한이란 얘기를 여러 차례 절규하듯이 했다. 이 회장의 상식과는 너무 먼 발언과 행위가 차라리 측은한 생각이 들 정도였다.

회의 말미에 이 회장의 특정 A고 언급에 대해 진천군민회장은 유감을 표했고 회의가 끝난 후 진천군민회장을 찾아간 이 회장이 "잘못이 없다. A고를 잘 얘기한 것 아니냐"고 하면서 회의장이 더욱 싸늘한 분위기로 변했다. 여기저기서 고성이 오가고 저녁식사도 안 하고 자리를 뜨는 인사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날 회의에 협회측에서 무엇을 보여주려고 했는지 언론인들을 초청했다.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이 회장의 미숙한 회의진행을 보여주기 위해서인지는 알 수 없다. 언론인들은 다음 달 8일로 예정된 (가칭)재경충북도민회 창립총회에 대한 협회측의 대처방안이 논의될까 하는 기대감에서 회의장을 찾았다. 그러나 이 문제는 어느 누구도 거론하지 않았다. 충북협회의 상황인식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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