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광노동자와 노벨경제학상
탄광노동자와 노벨경제학상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10.14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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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정규호 <문화콘텐츠 플래너>

지구 반대편 칠레 북부 산호세 광산에 매몰됐던 광부 33명 전원이 13일(현지시각) 극적으로 모두 구조됐다.

이보다 이틀 전인 지난 11일 스에├ 왕립아카데미는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피터 다이아몬드 교수(70), 노스웨스턴대의 데일 모텐슨 교수(71), 영국 런던정경대의 크리스토퍼 피서라이스 교수(62)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스에├ 왕립 아카데미는 "이들 세 명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은 노동시장에 있어서 소위 '탐색마찰(search frictions: 기업이 원하는 구직자와 구인자가 원하는 일자리가 맞지 않아 갈등이 있다는 이론)'이 있다는 연구를 통해 정부의 정책이 실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수상 이유를 밝혔다.

구직난 속의 구인난이라는 말로 표현되는 '탐색마찰'에는 대졸 실업자는 갈수록 늘어나는데 중소기업은 일할 사람을 찾지 못해 구인난이 발생하면서 청년실업이 범국가적 문제가 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소위 '고용시장 미스매치(mismatch)'현상도 포함된다.

머나먼 이역만리 칠레의 탄광노동자들이 광산 붕괴사고로 땅속 700m지점에 매몰된 것은 지난 8월 5일.

대부분 사망했을 것으로 여겨졌던 33명의 칠레광부들은 70만 톤의 암석과 토사가 자신들의 생존을 막아섰음에도 결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그리고 지상의 사람들 역시 이들을 반드시 살려내야 한다는 의지를 버리지 않은 채 굴착을 통해 세상과 매몰광부들과의 연결을 시도했고, 급기야 매몰 17일 만인 8월22일 '피신처에 33명 모두가 생존해 있다'고 적힌 쪽지가 탐침봉에 의해 발견되면서 결국 69일 만에 이들 모두를 구조하는 기적을 만들었다.

그 어떤 드라마보다도 극적인 33명의 칠레 광부들을 구조하는 과정에서 한 TV프로그램에서, 매몰된 한 광부의 늙은 어머니가 울부짖으며 인터뷰를 통해 "일하는 사람에 의한 자본주의가 아닌 금융중심의 자본주의가 칠레의 미래를 위협하고, (칠레)국민을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고 있다. 광산 붕괴사고는 바로 이런 경제구조가 가져온 비극"이라는 메시지는 자못 의미심장하다.

이쯤 되면 '칠레광부들의 기적'과 '구직난 속의 구인난'을 연구한 노벨경제학상 수상과의 상관관계를 떠올리는 데 그리 무리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우리는 흔히 광산을 '막장'이라고 부른다. 땅 위에 주거를 정하고 생활하는 것으로 관습이 정해진 인간이 오죽하면 땅속에 기어들어가 일을 함으로써 먹고 살 일을 해결해야 하는가라는 한탄이 그 '막장'이라는 표현에는 숨어 있다.

그러나 금융질서의 완벽한 경제점령과 환율불안에서 비롯되는 세계경제 위기 등의 현상은 '막장'에서 생산되는 소중한 자원이 없이는 결코 극복될 수 없다.

결국 모든 시작과 끝은 사람에서 비롯돼 사람에 의해 매듭지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 만고불변의 진리인 것이 새삼 확인되는데, 이 점에서 일자리에 대한 고민이 노벨상을 수상하게 됐다는 발표는 고무적이다.

칠레의 광부 33명은 앞으로 악몽 같았던 그 이전과는 참으로 엄청나게 다른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구조현장을 지켜본 피녜라 칠레대통령은 당장 광부들이 갇혔던 산호세 광산을 국가기념물로 지정해 미래 세대를 위한 희망의 상징으로 남기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리고 기적의 광부들은 방송출연과 저술활동 등을 통해 엄청난 부를 축적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진단 역시 서둘러 제기되고 있다.

'막장'이 하나의 중요한 문화적 요소로 승화되어 경제적 가치를 부여하게 될 것이라는 예상인데, 일하는 (가난한)사람에 의한 자본주의는 그래서 실체가 없는 금융자본과는 비교할 수 없는 소중함이 있는 것이다.

어쨌든 광부들은 살아났고, 더 나아질 것인데 문득 사람이 더 그리워지는 것은 그저 그들이 살아났다는 안도감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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