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각지의 산이 저의 밭이죠"
"전국 각지의 산이 저의 밭이죠"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0.10.11 2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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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인물 / 충주 심마니 최영수씨
10년전 고향에 둥지… 수안보휴게소서 약초원 운영

진열대마다 상황·능이버섯 등 희귀 산약초 즐비

손님에겐 약초 내린물·아픈사람엔 약초 무료제공

충주 살미면 수안보 휴게소 내에는 월악산 산삼약초 판매장이 있다. 진열대마다 차가버섯, 상황버섯, 산약청, 능이버섯, 산삼이 즐비하다. 우리나라 희귀 산약초를 전시해 놓은 이곳은 심마니 최영수씨(49·사진)가 운영하는 약초원이다.

10년전 고향인 이곳에 자리잡은 최영수씨는 우리나라에 몇 안 되는 심마니이다. 전국 각지의 산이 최씨의 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안 다닌 곳이 없을 정도다. 취재차 방문한 지난 9일도 약초원에는 산에서 막 채취해 온 송이와 능이버섯 향으로 가득했다. 산에 다니는 일이 하루 일과인 심마니 최씨의 성과물인 셈이다.

"산이 좋아 다니다 보니 이제 직업이 되었어요. 10년 이상 매일 산에 다녔으니 다른 사람보다 몇 십배 산에 올랐죠. 90kg이 넘었던 몸무게도 많이 줄였어요."

말은 쉽게 하지만 최씨가 산을 타는 일은 목숨을 거는 일이다. 영험하기로 소문난 산삼을 얻으려면 가파른 절벽을 지나야 하고 깊은 산을 헤매야 하기 때문이다.

"산삼은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에 있어요. 그러다 보니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물도 없이 올라 1주일씩 산을 돌아다니는 게 심마니라는 직업입니다."

물 대신 약초를 섭취하며 산속을 헤매지만 산삼을 보지 못하고 허탕치는 날도 많다고 한다. 그래도 산이 좋아 산으로 들어가는 것이 심마니다. 하루도 쉬는 날이 없을 만큼 산은 약초를 길러내니 산이 심마니를 불러들인다.

"산이 주는 약초는 계절마다 달라요. 봄에는 도라지가 주로 나고, 산삼은 5월부터 9월까지, 가을에는 송이, 겨울에는 상황버섯을 따러 다녀요. 지천이 밭이죠. 허허."

심마니들에게 힘든 산행을 잊게 하는 것은 당연 산삼이다. 최씨도 그렇게 많은 산삼을 보아왔지만 지금도 산삼을 만나면 가슴이 설렌다고 한다.

"산삼을 캐면서 가장 잊을 수 없던 일이 한곳에서 40년생이 넘는 산삼 40여 뿌리를 캔 날이에요. 이렇게 산삼이 모여 있는 것을 마당심이라고 하는데, 보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나더라고요."

'심봤다'가 절로 나왔을 법하다. 산삼이 비싼 만큼 산삼의 연생도 들쑥날쑥이다. 잣대가 없다 보니 부르는 게 값이다.

"가끔 100년 된 산삼을 캤다고 화제가 되지만 우리나라 산삼은 50년생 이상이 나올 수 없어요. 6.25전쟁으로 쑥대밭이 된 이후, 산삼이 자라기 시작했으니까 오래된 산삼이 나올 수 없어요. 그래서 산삼은 믿고 살 수밖에 없어요."

산이 주는 선물을 약초원에서 아픈 사람들에게 되돌려주고 있다. 50여 가지 약초 내린 물을 손님들이 마실 수 있도록 하고, 아픈 사람들에겐 몸에 맞는 약초를 나눠주기도 한다.

"아프기 전에 약초를 먹으면 예방할 수도 있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프고 나서 찾아와요. 커피마시듯 평소에 약초를 마시는 습관을 들이면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습니다."

배낭을 메고 이산 저산 다니면서 산삼을 캐 온 최씨지만 심마니들만의 철칙이 있다. 번식할 수 있도록 종자씨를 남겨두는 일이다.

"비가 오고 송이값이 오르면서 약초를 캐려는 사람이 많아졌어요. 더구나 건강 바람을 타고 누구나 산에 올라 약초를 채취하면서 우리나라 약초의 씨를 말리고 있어 심각합니다. 자격증제도가 더 강화돼야 합니다."

중국산이 유입되면서 심마니의 매력도 줄어들었지만 건강도, 돈도, 행복도 산이 준다는 심마니 최영수씨. 아파봤으면 좋겠다는 그의 말에서 산약초의 힘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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