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노랑머리 한우와 아이폰4
광고, 노랑머리 한우와 아이폰4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10.07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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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정규호 <문화콘텐츠 플래너>

인기 절정의 가수 이효리의 한우 광고가 느닷없이(?) 국정감사의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4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대한 국회의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소속 김성수 의원은 "(한우 광고 모델인 이효리가)노랑머리 염색을 하고 나와 수입 쇠고기를 광고하는 것 같다"고 주장한 뒤 모델을 즉각 교체할 것을 요구했다.

김 의원은 이어 "한우 광고 모델은 수입쇠고기와 차별화를 보여줘야 하는데 표절시비에 휘말린 적이 있는 이효리가 이런 효과를 낼지 의문점"이라는 지적도 했다.

국정감사장에서의 느닷없는 국회의원 지적의 이면에는 숨겨진 문화코드가 적지 않다. 거기엔 한우의 우월성이거나, 흑발의 순혈민족주의에서 기인하는 노랑머리에 대한 강한 거부감이 우선 작용한 듯하다.

게다가 지적재산권시대에 표절시비라니, 이 역시 시대상황에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도 했을 터. 그러니 옳다 그르다는 이분법적인 생각 역시 마땅치 않다.

다만 영상으로 전달되는 광고에는 이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이미지의 중첩이 부지불식간에 소비자를 자극한다는 점을 우리는 깨달아야 한다.

요즘 젊은 세대들로부터 각광을 받고 있는 일안 렌즈 반사식 디지털 카메라(DSLR)는 하이브리드 신기술을 적용해 크기와 무게를 줄임으로써 편리성을 강조하는 쪽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그러나 1위 업체 캐논은 자사 제품의 약점인 '무게'를 감추지 않는다.

오히려 "사랑하는 이들을 아름답게 담아주는 감동의 무게에 비하면 무겁지 않습니다."라는 광고 내레이션을 통해 감성을 자극한다. 이 내레이션의 배경화면은 연약한 여성이 강아지와 클림트의 두꺼운 화집을 품에 안았다가 이어 어린이를 번쩍 들어 올린다. 그 영상의 내레이션은 "이들을 안을 때 우리는 무겁다 말하지 않습니다, 사랑하니까요."라는 내용이다.

출시 이전부터 비상한 관심을 끌어 모으는 데 성공한 애플의 '아이폰4' 광고는 '말'을 통한 메시지 전달이 전혀 없다.

재즈 음악이 배경으로 흐르면서 집들이인지, 추석인지 정확하지는 않지만(나는 이 광고를 처음 본 때가 추석 즈음이어서 추석 상차림으로 각인됐다) 음식상차림을 '아이폰4'를 통해 영상으로 보여주면서 도움을 받는 모녀의 모습이 보인다. 이들이 시집간 딸과 친정엄마라는 그리움의 대상이라는 점은 굳이 '말'로써 설명하지 않아도 광고를 보는 사람은 누구나 눈치 챌 수 있다.

'말'이라는 직접적이고도 정확한 메시지 전달의 수단을 통하지 않고 오로지 영상으로만 설득하는 '아이폰4'의 감성 광고는 생일인데도 출장을 가 있는 가장과 영상을 통해 "아빠, 생일 축하해."라는 의사를 말을 통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전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게다가 수화를 통해 영상으로 사랑을 나누는 연인들이 등장하는 '아이폰4'의 광고 시리즈는 보는 이들의 마음을 얼마나 훈훈한 감동으로 젖게 하는가.

물론 노랑머리 이효리와 한우 광고가 지극히 국내만을 시장의 한계로 고집하는 데다 1차 산업의 생산물이며, DSLR카메라와 아이폰4가 첨단 기술의 제품이라는 태생적 차이는 있다.

그리고 그 각각의 상품들은 우선 수입쇠고기의 위협에서 국내시장에서라도 살아남아야 한다는 (한우의)강박관념이 있거나, 이미 자국내 시장으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수밖에 없는 첨단제품의 철저한 기술적 자부심이 숨어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우리가 국정감사장에서조차 노랑머리와 한우, 그리고 표절시비에 운운하며 안으로의 경계심만 곧추세우고 있을 때, 아이폰과 디지털카메라는 사랑과 말이 필요 없는 영상 이미지를 통해 인간의 감성을 자극하면서 국경을 넘나들며 자꾸만 우리를 세뇌하고 있다.

그러니 어쩌랴. 감성은 인류가 공통으로 자극받는 통로일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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