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고향을 찾아서 <9>
작가의 고향을 찾아서 <9>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0.10.07 2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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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구범 (충북 충주)
잊혀진 작가의 문학혼 50년만에 부활하다

소설·수필 등 작품활동 활발… 6·25전쟁중 행방불명
권희돈 교수 삶·문학 조명 앞장… 글 모아 책 발간도

홍구범은 일반인들에게 낯선 인물이다. 소설가 홍구범 역시 이름도 낯설다.

한때 우리나라 문단에서 촉망받은 젊은 작가였던 그는 전쟁의 그늘에 가려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잊힌 작가로 남아 있었다. 50여년이 지난 지금 그의 이름이 새롭게 회자된 것은 불과 10년도 채 안 된다.

홍구범의 존재는 1995년 민족문학작가회의가 홍구범의 아들 홍수영씨를 찾아내면서였다. 아들의 도움으로 홍구범 선생의 생가터와 소설 속에 등장하는 미륵불, 버들골, 양조장 등이 확인됐다.

젊은 작가의 소설 속 배경은 바로 그가 태어난 충주시 신니면 원평리였던 것이다.

유족을 만나면서 시작된 작가 홍구범 조명사업은 이후 10년 만에 권희돈 청주대 교수를 중심으로 그의 글을 수집하게 되었고, 알려지지 않았던 그의 문학세계를 조명하는 작업이 시작되었다

1923년 충주에서 태어난 그는 원평리 마을에서 살다가 청년이 되어 서울로 이사하면서 문인들과 교분을 쌓았다. 1947년 5월 단편소설 '봄이 오면'으로 등단해 미완의 연재소설 '불 그림자' 발표까지 활발한 문학활동을 펼쳤다.

1950년 행방불명되면서 사라질 때까지 그는 4년동안 단편소설, 중편소설, 장편소설, 동화, 콩트, 수필, 평론, 시나리오 등을 섭렵하며 문학적 기량과 열정을 쏟아부으며 작품을 발표했다.

하지만 한 권도 엮지 않은 그의 글은 2007년 청주대학교 권희돈 교수가 홍구범에 대한 자료조사와 더불어 발굴된 자료를 바탕으로 소설집 '창고근처 사람들(푸른 사상사)'을 펴냈다.

그의 단편소설 12편을 수록한 '창고근처 사람들'은 이후 2009년 '홍구범 전집'을 출간하는 계기가 되면서 문학작품이 비로소 빛을 보게 되었다.

그의 소설 속 주인공들은 서민이고, 가난한 이웃들이다. 리얼리즘을 바탕으로 한 소설들은 도시와 농촌이라는 대비 속에서 강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단편소설 '창고근처 사람들'에 등장하는 차순네와 입장댁, 강조합장 등은 원평리를 중심으로 펼쳐져 현실에 대한 인식과 경험적 사실을 소설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홍구범 전집을 엮은 권희돈 교수는 "리얼리즘적인 창작방법에 안주하지 않고 작품의 예술성에 깊이 천착한 작가"라며 "김동리에게 소설을 배웠고 김동리의 추천으로 등단한 홍구범은 그 인연으로 우익계열 문학단체에서 활동했지만 김동리의 소설과는 다른 리얼리즘적 성격이 강하다"고 평하고 있다.

고향에서조차 잊혀졌던 작가 홍구범을 기리기 위한 문학제도 열리고 있다. 1995년 첫 문학제가 열린 후 중단되었던 행사는 충북민족작가회의에 의해 12년 만에 다시 재개되었다.

그리고 2008년에는 그의 생가가 있던 원평리에 홍구범 문학비를 세워 젊은 작가의 삶과 문학을 기리고 있다.

◇ 홍구범은 누구


1923년 충주시 신니면 원평리에서 태어나 1950년 8월 13일 보안서원에게 끌려간 후 현재까지 생사불명이다.

소설가 김동리, 문학평론가 조연현, 시인 모윤숙과 함께 문예지 '문예'를 창간하고, 청년문학가협회회원으로 활동하였다.

1947년 5월 '백민' 8호에 소설 '봄이 오면'으로 등단한 이후 활발한 작품 활동을 보였다.

1949년에는 화제작 제조기란 명성을 얻을 만큼 다작과 수작을 내놓았다. 1950년대 후반에는 그의 수필 '작가일기'가 중학교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그의 활동 시기는 단편소설 '봄이 오면'(1947년 5월)으로 등단해 미완의 연재소설 '불 그림자'(1950년 5월)를 발표하기까지 4년간이다.

홍구범 작가는 이 기간에 단편소설, 중편소설, 장편소설, 동화, 콩트, 수필, 평론, 시나리오 등 거의 모든 문학 장르를 섭렵하며 작품을 발표했다.

경험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그의 단편소설들은 리얼리즘과 농촌의 현실을 반영하면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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