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과 배추
4대강과 배추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10.05 21: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청논단
강태재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상임대표>

요즘 배추 때문에 장상환 경상대 교수의 예언이 화제라지요? 장 교수는 지난 4월에 이미 채소값 상승을 예견했었다고 하는데, 4대강 공사가 끝나면 날씨와 상관없이 채소값이 크게 오를 것이라고 합니다.

멀쩡한 4대강 둔치 비옥한 땅에 농사를 못 짓게 하고, 그 자리에 인공으로 조성하는 공원인지 자전거도로인지를 꼭 해야 하는지 참 답답합니다.

장 교수는 유통문제에 있어서도, 개별 농민이 출하를 판단해야 하고 물량 조절 기능을 상인들에게 의존하니 늘 가격이 불안하다면서 소비조합이나 생협 등 계약판매를 통해 가격이 안정되도록 하고, 이런 시스템을 전국적으로 확대해야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계약판매, 직거래장터가 대안인데 우리 고장에서 볼 수 있는 몇 가지 농산물거래 방식을 말씀드려 볼까 합니다.

현재 가장 안정적으로 자리 잡은 방식은 사회적 기업인 흙살림(www.heuk.or.kr)의 '유기농 생활꾸러미'와 전국여성농민회총연맹이 운영하는 우리텃밭(cafe.daum.net/jangbaguni)의 '농산물 꾸러미' 같은 것입니다. 흙살림은 괴산의 직영 농장과 전국 100여 유기농 농가에서 생산한 신선 농산물을 300여 회원 소비자들에게 공급하고 있는데, 배추파동이 일자 배추 10kg씩을 별도로 모든 회원농가에 공급할 예정이랍니다. 이처럼 물가폭등에도 안정적으로 채소를 공급받고 있는 흙살림이나 우리텃밭 회원 고객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는 것은 가히 짐작이 됩니다.

더 나아가 무상급식을 앞둔 지금 친환경 학교급식은 농가와 직거래 방식의 계약재배를 맺는 것이 물가파동에서 학교급식을 보호하는 정답이라는데 달리 이의가 없을 것입니다.

다음으로 요 몇 년간 충북참여연대가 청원군농민회와 함께 벌이고 있는 '직거래장터'가 있습니다. 아직은 정기적으로 장터가 열릴 정도로 안정적이지는 않지만, 생산농민과 도시소비자가 좀 더 가까워지면 서로 상생의 대안이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이번에 화제가 된 괴산군을 비롯한 청원군 등 농민들이 하고 있는 절임배추 직거래 방식입니다.

김장철에 국한된 것이기는 하지만, 이번 배추파동에 주문이 폭주해 인터넷이 마비될 정도였으니 가히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겠습니다. 배추 한 포기에 1만5000원씩이나 하는 금치가 됐는데도 1년 동안 간수를 빼낸 천일염으로 절임까지 한 것을 1박스에 배추 2포기 값도 안 되는 가격으로 지난해와 별 차이 없이 공급한다고 하니 난리가 날 수밖에 더 있겠습니까.

무한경쟁, 승자독식의 요즘 세상에 우리 농민들은 숙맥일까요. 약삭빠른 사람들이라면 대박 났다며 한밑천 거머쥐려고 할 텐데 말이죠. 평생 위장전입이 무엇인지, 탈세할 건더기도 없이 투기가 뭔 소린지, 병역미필 같은 건 꿈에도 생각 못하는 이들이 어려울 때 같이 김치 해 먹자며 바라는 작은 소망은 별것 아닙니다.

지속가능한 영농이 될 수 있도록 변함없는 거래관계를 바라는 것입니다. 비쌀 땐 주문이 폭주하고 폭락할 땐 시장으로 나가는 소비자들에 대한 서운함이 배어 있지만, 먼저 내밀어 주는 투박한 농민들의 손을 잡아야 옳지 않겠습니까?

직거래장터 활성화, 절임배추 지속거래, 그리고 '흙살림 유기농 생활꾸러미'에 가입하여 질 좋은 유기농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먹는 것으로, 우리 농업이 살고 그리하여 생태환경이 회복되도록 하는 것은 그야말로 1석3조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