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신의 노력으로
혼신의 노력으로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10.05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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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도화 원장의 미용칼럼
홍도화 <예일미용고등학교장>

질리도록 삭막한 회색빛을 벗어나 얼마 전 한적한 시골로 이사를 했다.

시골에서 나고 자란 탓에 시골 정서가 무척이나 정겹게 느껴지고 복잡한 길을 벗어나 초록빛을 보며 운전하는 것도 색다르게 느껴져 정시에 퇴근하는 습관도 생겼다. 늘 밀린 업무는 밤에 처리해버릇하던 습관을 바꾸어 오후 6시 정시에 퇴근하려니 기분이 이상했다.

더구나 요즈음 그 시간에는 해가 중천에 떠 있어서 더욱 그러했다.

오늘도 기분 좋게 운전하며 동네어귀에 도달해 마지막 신호를 받고 있는데 허리가 구부러진 동네 할머니가 지팡이도 짚지 않으시고 파란 신호등에 켜진 불빛을 보면서 부지런히 팔을 휘저으시며 길을 건너신다. 걷다말고 길 복판에 서서 허리를 한번 펴시고 또 걸으셨다.

허리가 많이 불편해 보이셨다.

구부러진 허리는 상태가 너무 심해서 기억(ㄱ)자로 구부러진 상태라 얼굴은 땅을 향해 보고 계시는데 땅바닥만 바라보고 땅과 맞닿을 듯 걸으신다.

힘들고 고생스러웠던 할머니의 힘에 겨운 걸음걸이에는 평생 살아오신 삶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 보였다.

누구나 늙은이가 된다. 머지않을 날 살아가야 할 늙은 모습을 그려보며 코앞에 닥친 나의 모습일 듯해 차를 옆에 세우고 내렸다.

차 문을 열어드리고 "태워다 드릴 테니 차에 타셔요."했더니 무척 기뻐하셨다.

목이 말라 보여 마실 음료수를 드리니 달게 마시며 고맙다고 계속 말씀하신다.

"허리 아픈데 어딜 다녀 오셔요? 할머니."

"어! 허리가 아퍼서 병원에 다녀오느라고."

"왜 그렇게 허리가 많이 아프세요?"

"허리도 펴 볼 사이 없이 일을 많이 해서 그렇지 뭐. 젊어서는 허리가 아프지 않았는데 늙으니까 이제 몸둥아리 사방이 다 아프네."하시며 그동안 살아오신 이야기를 병풍처럼 펼쳐 놓으신다.

"이젠 좀 쉬세요. 할머니."

"아니지, 목숨이 붙어 있는 한 힘 되는 데까지 일을 해야지! 일 없음 못 살어."하신다.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살아온 할머니. 특별한 일 없이 방황하고 다니는 일은 없었는가 잠시 돌아보며 숙연한 생각을 가져 본다. 할머니께서 신나하시며 또 말씀을 하신다.

"인생을 오래 살다 보면 할 말이 많어. 얼마 전에는 밭에 김매러 부지런히 가다가 고개를 들지 못하고 땅만 보며 걷는 바람에 앞이 잘 안 보여서 붙잡아 매 둔 소 궁둥이를 들이 받았어, 그런데 소가 날 알아보는지 뒷발질도 안 하더라고, 그때 뒷발로 나를 찼더라면 난 아마 그 자리에서 죽었을 텐데. 아니면 발로 밟았더라도 큰일 당할 뻔했지." "그러게요 큰일 날 뻔하셨네요."

아직도 쪽을 찌고 계신 할머니께 "할머니 허리도 아프신데 머리감기 귀찮치 않으셔요? 제가 깡똥하게 예쁘게 잘라드릴까요?", "그려 귀찮아, 언제 날 받어서 잘라야겠어."

할머니를 집까지 모셔다 드리고 머리카락을 커트할 날을 약속하고 돌아오는 차 속에서 스스로를 돌아본다.

힘들 때 불평스러운 마음을 잠시라도 가졌던 자신을 돌아보며 삶이 허락되는 한 앞으론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마을을 가져 본다.

늘 성공의 목표를 향해 과속하며 달려온 삶이었다.

달려갈 길 다 가도록, 마지막 호흡 다하도록 삶의 지혜와 경륜을 배우며 행복한 마음으로 성공한 인생의 마침표를 찍기 위해 이제 마지막 혼신의 힘을 모아 많은 일에 봉사하며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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