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절임배추 생산농민
아름다운 절임배추 생산농민
  • 김영일 기자
  • 승인 2010.10.03 2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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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김영일 본보 대기자

충북의 절임배추 생산농가들이 올해의 공급가격을 작년수준에서 결정하고 예약을 받는 데 대해 먼저 찬사를 보낸다.

배추뿐만 아니라 채소가격이 전반적으로 초강세를 보이고 있어 주부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괴산군 절임배추생산자협의회(회장 김갑수)와 청원생명 절임배추 작목반(대표 윤창한)이 각각 회의를 열어 김장용 절임배추 가격을 시세의 20%수준에서 결정했다. 이들이 결정한 가격은 20kg들이 1상자에 2만5000원이다. 지난해 가격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들이 시세와 동떨어진 가격에 절임배추를 공급하기로 결정한 주된 이유는 소비자들과 신뢰를 지키기 위해서다. 당장 한때는 손해보는 것같이 느낄지 몰라도 그동안 거래해준 도시소비자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신뢰를 쌓아 장기적인 거래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선택을 한 것이다.

배추 한 포기 가격이 1만원을 넘자 정부는 중국산 배추 150톤을 긴급히 수입키로 했다. 중국산 배추의 수입으로 배추가격이 안정되기를 바란다. 그렇지만 기생충 알이 검출되는 불량한 중국산 배추라는 소비자들의 인식이 지워져야 수입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최근의 중국산 배추수입은 2008년 34톤, 2009년 147톤, 2010년 들어서는 321톤을 보이고 있다. 김치수입은 줄어들고 배추수입은 늘고 있는 추세다.

식품의약품안전청 자료를 보면 최근 3년 동안 폐기된 중국산 배추김치가 1610톤에 이른다. 2008년 1106톤(53건), 2009년 338톤(19건), 2010년 들어서도 166톤(8건)이나 된다. 폐기사유는 기생충 알 등 이물질 검출이 폐기건수의 80%를 상회하고 허용되지 않은 식품첨가물이 그 다음을 차지한다. 검역과 식품안전검사를 강화해야 하는 대목이다.

괴산군 절임배추생산자협의회 측은 1상자에 2만원 가격은 그동안 소비자들과 해왔던 보이지 않는 약속이었는데 생산량이 크게 줄어 불가피하게 지난해보다 5000원을 인상하게 돼 소비자들에게 죄송할 뿐이라고 설명한다. 우리 농민들이 도시소비자와 쌓아온 신뢰를 지키기 위해 어려운 결정을 하면서도 오히려 지난해보다 다소 가격을 올려서 미안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어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또 청원생명 절임배추작목반은 어려울 때 구입해 줬던 고객들에게 갑자기 비싼 가격에 판매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반원들이 입을 모으면서 배추작황이 좋지 않아 기존 고객 외에는 판매가 어려울 것 같다며 미안함을 표했다고 한다. 농민들의 순수한 마음을 읽을 수 있어 가슴이 짠하다.

충북농민들이 소비자신뢰에 보답하는 뜻에서 절임배추가격을 작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정하고 예약을 받는다는 소문이 알려지자 괴산군청의 홈페이지가 한때 접속폭주로 다운되기도 했다. 작목반으로는 평소의 10배 이상 문의전화가 온다고 한다. 소비자들로부터 폭발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본격적인 김장철이 한 달 이상 남았는데도 벌써 물량이 소진된 작목반도 있고 물량이 달려 기존의 거래고객 외에는 공급할 수가 없어 미안하다는 인사를 해야 한다고 한다. 괴산 농산물을 판매하는 인터넷 쇼핑몰인 '괴산장터'에는 '김장용 절임배추가 모두 품절됐음을 알려 드립니다'라는 안내문이 걸려 있다. 배추 값 폭등으로 인해 싼 가격에 구입코자 하는 소비자들의 심리가 그대로 드러난다.

도시소비자와 직거래하면서 신뢰를 쌓고 가격변동에 관계없이 거의 일정한 가격을 유지하면서 거래하려는 농민들의 아름다운 마음을 봤다. 가격이 폭락할 때 소비자들이 농민들을 보살피는 뜻에서 또 올해의 파격적인 가격에 공급하는 농민들에게 보답하는 마음으로 변함없이 거래해 줄 것으로 믿는다. 절임배추 생산자인 농민과 도시소비자 사이의 아름다운 직거래가 계속해서 유지되기를 빌고 다른 품목으로도 확대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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