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고향을 찾아서 <7>
작가의 고향을 찾아서 <7>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0.09.10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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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희 (충북 괴산)
굴곡 많은 삶… 한국문학사에 큰 족적 남기다

부친 순국후 독립운동… 역사소설 '임꺽정' 집필
월북작가 해금조치 이후 생애·작품세계 새 조명
제월리 문학비·동부리 생가 눈길… 매년 문학제도


소설 '임꺽정'을 읽지 않은 사람도 '임꺽정'이 누군지는 다 안다. 천민의 자식으로 태어난 '꺽정'이 화적패가 되어 힘없고 가난한 자의 편에 서서 조선 양반들을 처단하는 활약상은 시대를 불문하고 통쾌하기까지 하다. 이 소설은 1928년 조선일보에 '임꺽정전'으로 연재를 시작해 1940년 10월호에 마지막 발표된 미완의 역사대하 소설이다.

'우리말의 보고'라고 일컬을 만큼 한국 문학사의 큰 지평을 연 '임꺽정'은 민중의 삶을 탁월하게 재현하며 불후의 명작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정작 저자 홍명희는 아직도 제대로 된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월북작가로 북한의 부수상을 지낸 그의 이력이 고향에서조차 이념 논쟁으로 이어지며 논란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그의 고향인 괴산에서도 쉽게 느낄 수 있다.

괴산 읍내에서 동부리 큰길가에는 새로 복원된 고택이 있는데 표지판에는 '홍범식 고택'이라고 씌여 있다.

이곳이 홍명희 선생이 유년기를 보냈던 집으로, 그의 부친 홍범식 선생의 이름을 붙여 고택으로 지정했다.

일부 주민들이 월북작가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1910년 경술국치에 항거 자결순국한 홍명희의 부친 홍범식 선생의 이름으로 고택이 지정됐지만, 이곳은 홍명희가 사랑채에서 3·1운동 당시 주민들과 함께 괴산지방의 만세시위를 모의하기도 했던 곳이다.

10여 년 전 처음 홍명희 고택을 찾았을 땐 관리가 엉망이었지만 고택으로의 운치가 가득했다.

그야말로 복원된 고택은 옛 정취를 찾아보기 힘들지만, 충북 양반 가옥의 전형인 ㅁ자 형태의 가옥은 아담하면서도 왠지 작가 홍명희의 체취가 느껴지는 듯했다.

고택은 원래 1730년경에 지어졌다가 1860년대에 복원했고, 2002년에 지금의 상태로 복원됐다.

복원되기 이전에는 안채와 사랑채, 사랑채에 부속된 아랫사랑채와 사랑채로 통하는 문, 그리고 뒤뜰에 있었던 광채만이 있었다.

2002년에 복원된 고택은 상당 부분 고쳐졌다. 옛 정취가 사라진 고택은 우여곡절로 평생을 살다간 홍명희를 보는 듯하다.

홍명희는 금산군수였던 아버지 홍범식이 한일병합에 울분을 삭이지 못하고 자결 순국한 뒤 민족문제에 눈뜨기 시작했다.

1919년 3·1운동이 일어나자 괴산에서 3·1운동을 주동하다 옥고를 치렀다.

이후 언론인으로 활동하면서 신간회를 결성해 독립운동을 전개했다.

또 오산학교 교장, 연희전문학교·중앙불교전문학교 교수를 역임하는 등 교육을 통한 인재 양성에도 힘을 쏟았다.

이 시기 한국 문학사의 새로운 지평을 연 '임꺽정'도 집필한다.

하지만 광복 후 좌익운동에 가담하면서 홍명희는 길을 달리한다.

1947년 민주독립당 위원장에 오른 뒤 이듬해 민주독립당을 이끌고 월북한 그는 남한의 정세가 악화되자 그대로 북한에 남았다.

그리고 북한 최고위직을 거치며 소설가도, 독립운동가로의 활약도 대한민국에서 잊혀지게 된다

새롭게 그의 이름이 등장한 것은 1988년 월북작가에 대한 해금조치가 이루어진 다음이다.

이로써 작가 홍명희와 소설 '임꺽정'은 문단에서 새롭게 조명되기 시작했다.

충북의 문인들은 괴산 제월리에 홍명희 문학비를 세우고, 매년 홍명희 생가와 제월리에서 문학제를 개최하고 있다.

50여 년이라는 짧은 역사 속에서 그의 체취나 흔적들은 많이 옅어졌지만, 분단으로 잊힐 뻔했던 작가 홍명희는 소설 '임꺽정'을 통해 생생한 목소리로 민중의 삶을 전해주고 있다.

◈ 벽초 홍명희(1880년~1968년)

충북 괴산에서 출생했다. 일제강점기의 소설가이자 독립운동가, 정치가로 활약한 홍명희는 광복 후 1948년 월북해 북한에서 정치 활동을 했다. 일제강점기에 이광수, 최남선과 더불어 조선의 3대 천재로 불릴 만큼 머리가 비상했다고 한다. 일제강점기에 소설 ‘임꺽정 林巨正’을 발표해 한국 역사소설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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