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과 폭우 사이
폭염과 폭우 사이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9.07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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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강태재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상임대표>

어제 점심을 같이 먹으면서 한 지인이 말하기를, 앞으로는 안티(anti)는 그만하고 덕담만 했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제가 쓰고 있는 칼럼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뜻밖의 말에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내 글로 인해 상처받는 사람이 있다는 것인가, 아니면 나의 이미지를 위해선가, 궁금했지만 더 캐묻지는 않았습니다.

혹여 글쓰기를 접으라는 의미라면 어쩔 것인지 대책이 서질 않았기 때문입니다.

글쓰기를 접을 요량이라면 모르겠거니와 덕담수준의 칼럼을 써야 할 까닭을 모르겠기도 하고요.

그러나 저러나 글쓰기가 참 어렵긴 합니다. 지역사회에서 지역사회의 일을 가지고 논하자면 부닥치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그러니 어쩝니까, 할 말은 앞으로 해야 되고 욕은 뒤로 먹는 수밖에 달리 뾰족수가 없습니다.

오늘도 마찬가집니다. 특히 오늘 말씀드리고자 하는 '직지축제'는 지난 2003~04년 두 해에 걸쳐 저 자신이 집행위원장으로서 처음 축제를 꾸몄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기만 합니다.

평소보다 몇 곱절 더 욕을 먹을 수도 있고, 자칫 독박?을 쓸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말 안 한다고 비난하는 사람들도 적잖으니 어차피 결과는 비슷합니다.

이번 2010청주직지축제는 시시콜콜 지적할 필요도 없이, 근본적으로 개편작업이 있어야 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우선 추진 조직부터 문제입니다. 처음에는 민관협력체제로서 민간이 주도했던 조직이 집행위원장 사퇴 이후 관주도로 바뀌면서 조직체계가 이리저리 바뀌었고, 따라서 일관성을 유지하기 어려웠습니다.

당초 축제조직위원회 구성을 건의하면서 상설사무국 설치를 바랐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이지요.

다음은 축제의 정체성입니다.

처음 학습축제를 지향하면서 다양한 계층의 참여를 유도하였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점차 축제의 내용이 빈약해지고 중심테마가 불분명해졌습니다.

축제의 내용도 과거지향에서 벗어나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가 금속활자가 갖는 의미, 미디어 발전과 직지와의 연관성을 찾아야 함에도 전반적 흐름은 그렇지 못한 것 같습니다.

또한 시민화합형 축제로 갈 것인지, 관광형 축제로 할 것인지, 종합형을 추구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없어 보입니다.

축제뿐만 아니라 큰일을 할 때는 천시(天時)를 얻는 일이 중요합니다. 전쟁을 할 때도 적의 형세, 후퇴의 길, 나라의 허실, 천시와 인시, 산천의 험조를 잘 알아야 하는 등 군법의 다섯 가지 선도가 있는데, 인력으로 하기 어려운 일이 바로 천시를 얻는 것입니다.

직지의 날인 9월4일은 천시를 얻는 데 있어 매우 불안한 시기입니다. 금년에는 다행히 태풍이 비껴갔지만 첫해에도 태풍 때문에 전전긍긍 마음 졸이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이번에는 청주성탈환축제와 같이 치렀는데, 결국 9월5일에는 폭염에 이어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1592년 임진년 이날에도 밤늦게 폭우가 쏟아져서 전투를 중단했다지 않습니까.

태풍의 계절을 피해야 합니다. 더욱 근년에는 기후변화 때문인지 9월까지 폭염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 또한 아주 좋잖은 조건입니다.

직지축제, 청주성탈환축제, 청주큰줄당기기를 동시에 폭염과 폭우 속에서 개최하는 것은 다시 고려해 볼 문제입니다.

이번에 집객에 실패한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시기라고 생각됩니다.

다행인 것은 문화행정전문가로 알려진 청주시장이 취임했으니 이러한 문제들을 슬기롭게 풀어 나아갈 것으로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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