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후 존경받는 전직 대통령
퇴임 후 존경받는 전직 대통령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8.25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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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오창근 <칼럼니스트>

8·15 광복절 기념식장에서 복원된 광화문을 지나는 역사적인 자리에 전직 대통령의 자격으로 있던 사람은 김영삼 전 대통령과 전두환 전 대통령 둘뿐이다.

생존해 있는 노태우 전 대통령은 병환 중이라 각종 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별로 없다. 건국 60년 동안 대통령을 역임한 사람은 모두 9명이다. 그중 국민의 신뢰와 존경을 받으며 노후를 보내고 있는 대통령은 없다.

망명 중 유명을 달리한 초대 대통령 이승만을 시작으로 비극적 사건이나 부정축재로 국민에게 실망감만 안겨 주었다. 직선제 이후에 선출된 대통령들 또한 외환위기의 책임과 자녀의 비리의혹들로 대국민 사과를 하며 청와대를 떠난 대통령들로 기억될 뿐이다.

각종 강연을 하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국가 발전을 위해 노력하며 국정 운영의 경험을 살려 특사의 자격으로 분쟁지역을 방문하는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의 행적은 부러움을 살 만하다.

민주당 출신의 미국 제39대 대통령을 지낸 지미 카터의 행적은 좀 남다른 데가 있다. 재임 시 가장 무능하고 인기 없는 대통령으로 연임에도 실패했다. 그러나 그는 지금 놀랍게도 퇴임 후 가장 성공한 대통령 가운데 한 명으로 평가받고 있다. 임기 중에는 인정을 받지 못했지만 고지식하리만큼 소신과 원칙을 지킨 그에 대한 세상의 평가는 세계 평화의 전도사이다.

재임 기간 우리나라의 인권문제를 거론하고 주한 미군철수를 주장하는 바람에 박정희 대통령과는 상당히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했다. 그런 그가 85세의 노구를 이끌고 북한에 억류 중인 미국 국적의 아이잘론 말리 곰즈 씨 석방을 위해 24일 방북 길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영변 핵시설 문제로 북한과 미국이 전쟁의 극단으로 치달을 때 김일성을 만나 남·북 정상회담의 물꼬를 튼 주인공이기도 하다. 사랑의 집짓기 운동을 통해 지구 전역을 누비는 그의 모습은 대통령의 은퇴 후의 삶의 전형을 보여 준다.

그는 2002년 인권과 중재 역할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그의 행적은 우리나라의 전임 대통령들과 상당한 대조를 이룬다. 우리나라 전직 대통령은 부정축재로 혐오와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정치판에 훈수를 두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여긴다. 매스컴에 등장하는 전임 대통령의 모습은 각종 국가 기념식에 등장하거나 고향 방문을 하는 것이 고작이다. 인사차 들르는 정치인과 환담을 하는 모습만 보는 우리 국민의 처지가 딱하다. 현직 대통령이 하기 어려운 일을 전임 대통령이 특사자격으로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 종종 있었고, 그것을 희망하신 분도 분명히 계셨다. 과거의 경험이 임기만 끝나면 사장돼 버리는 풍토가 아쉽다.

수해를 당했거나 각종 사고로 국민이 망연자실한 곳이면 달려가 두 손을 잡아주며 위로와 격려를 보내는 아름다운 모습을 본 일이 없다.

그중 노무현 전 대통령은 퇴임 후 국민에게 더 많은 사랑과 지지를 받았지만, 그마저 오래가지 못하고 불행한 길을 선택했다. "전직 대통령을 예우하는 문화 하나만큼은 전통을 확실히 세우겠다."라고 약속한 이명박 대통령의 약속은 끝내 지켜지지 않았다.

몇 년 전에 충남 아산에서 '사랑의 집짓기' 행사에 참석해서 카터 전 대통령은 톱질하고 로잘린 여사가 그 옆에서 남편을 돕는 모습을 본 기억이 있다.

이번에는 자국민의 안전을 위해 노구를 끌고 북한으로 간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언제나 우리 국민은 퇴임 후 존경받는 아름다운 전임 대통령을 가져 보나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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